[인터뷰-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②] "정부 개입으로 부동산 시장 왜곡…매우 위험"
[인터뷰-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②] "정부 개입으로 부동산 시장 왜곡…매우 위험"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12.11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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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대책은 둔촌주공 살리기…규제 풀자 시장 뒤틀려"
"내리는 집값 인위적 일시 부양으로 영끌족 다시 출현" 
여선웅 직방 전 부사장이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신아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여선웅 직방 전 부사장이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신아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그가 있을 때 프롭테크 기업 '직방'은 꽤 도전적이었다. 스마트홈 시장에 발을 들였고 CI를 새로 바꾸면서 세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직방의 미래를 책임질 가상오피스 '소마'도 세상에 나왔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그와 함께 일하며 어느 때보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폈다. 그가 직방에 영향을 미쳤든 직방이 그에게 영향을 줬든 어느 쪽이든 한국 프롭테크에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정치인 출신 프롭테크 기업가에서 프롭테크 기업가 출신 정치인으로 돌아온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전 대통령비서실 청년소통정책관)을 만나 프롭테크와 정치를 아우르는 '부동산'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이 정부 개입으로 부동산 시장이 왜곡됐다며 윤석열 정부가 매우 위험한 부동산 금융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규제 지역 해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 중도금 대출 보증 분양가 상한 기준 폐지 등을 담은 1·3 부동산 대책을 두고 둔촌주공아파트 살리기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시장이 뒤틀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집값이 하향 안정화를 향해 가는 시점에 특례보금자리론을 풀어 인위적이고 일시적으로 가격을 띄웠다며 이때 다시 나타난 영끌족의 피해를 우려했다. 다음은 지난 5일 신아일보 본사에서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평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개입으로 부동산 시장이 많이 왜곡됐다. 그 후과가 반드시 올 것이다. 천정부지로 오르던 국내 부동산 가격이 2022년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으로 일거에 멈췄다. 부동산이라는 상품은 가격이 매우 높기 때문에 금융 없이 구매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은 현금 시장이 아니라 금융(대출) 시장이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은 국토부가 아니라 기재부나 금융위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금융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 국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조정하려고 한다. 그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장을 왜곡했다는 건가?

"올해 초 윤석열 정부의 1·3 둔촌주공 살리기(1·3 부동산 대책)는 부동산 시장 왜곡의 전형이다. 청약 제한부터 대출까지 다 풀어줬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을 막는 것이 더 급했겠지만 이때 부동산 시장이 한번 뒤틀렸다. 이후에 이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해야 했는데 방치했다. 오히려 특례보금자리론으로 40조 원이나 되는 막대한 돈을 풀었고 안정화되던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2030 영끌족도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다. 매매량도 급감했다. 내년 한국경제 전망도 매우 어둡다. 금리 하락은 내년 하반기나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영끌족(영혼을 끌어모으듯 대출받아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부터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잘못이냐 영끌족 잘못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정부 잘못이다. 초저금리로 대출해 줄 테니 주식에 투자하라고 하면 주식시장이 과열되지 않겠나? 시장을 왜곡해 수요를 자극한 주체가 잘못한 것이다."

한국은행 기준 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 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Q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 정책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어떻게 보나?

"국민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표면적 이유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지만 부동산 사다리 걷어차기로 인한 상실감이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엄밀히 말하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금융정책이 실패한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오른 이유는 코로나 범유행 때 돈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집값이 다 폭등했다."

Q 윤석열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폭등했다고 비판한다. 윤 정부에서 집값 흐름은 괜찮다고 보나?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집값이 급락해서 그에 따른 피해자가 많이 발생했다. 집값은 무조건 내려가야 하지만 갑자기 떨어지니까 이번 정부는 부양책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원희룡 장관 워딩을 보면 사실은 집값 안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1·3 대책은 백번 양보해서 생각하면 건설사들이 망할 수 있고 금융권까지 어려워진다고 하니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는데 원희룡 장관의 기본 기조는 계속 안정화였다. 집값이 떨어지는 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부동산원 조사 '전국 종합 주택 매매가격 지수' 추이. (자료=부동산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부동산원 조사 '전국 종합 주택 매매가격 지수' 추이. (자료=부동산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