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④] "정쟁 만들고 총선 출마 '원희룡' 먹튀 장관"
[인터뷰-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④] "정쟁 만들고 총선 출마 '원희룡' 먹튀 장관"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3.12.1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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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 후 제대로 해결 안 해"
"박상우 장관 후보자 부동산 시장 냉·온탕 경험은 장점"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이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신아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이 지난 5일 서울시 종로구 신아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서종규 기자)

그가 있을 때 프롭테크 기업 '직방'은 꽤 도전적이었다. 스마트홈 시장에 발을 들였고 CI를 새로 바꾸면서 세계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직방의 미래를 책임질 가상오피스 '소마'도 세상에 나왔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그와 함께 일하며 어느 때보다 활발한 대외 활동을 폈다. 그가 직방에 영향을 미쳤든 직방이 그에게 영향을 줬든 어느 쪽이든 한국 프롭테크에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정치인 출신 프롭테크 기업가에서 프롭테크 기업가 출신 정치인으로 돌아온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전 대통령비서실 청년소통정책관)을 만나 프롭테크와 정치를 아우르는 '부동산'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먹튀', '낙제점'이라는 표현을 쓰며 혹평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 후 제대로 매듭 짓지 않은 채 총선을 위해 국토부를 떠나려 한다고 비판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풍부한 주택 정책 경험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디지털화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지난 5일 신아일보 본사에서 여선웅 전 직방 부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1년 반 정책 성과를 평가한다면?

"원희룡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만으로도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약간 먹튀 장관 같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선언하고 나서 사실상 한 게 없다. 정쟁을 만들고 해결도 안 해 놓고 갑자기 총선 출마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서울·수도권) 동부에 해당하는 지역 특히 하남·강동·송파 지역, 서울·양평 주민들에게 죄짓고 나가는 거다. 이게 단순히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만이 아니라 하남교산신도시와도 연결된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사업성이 떨어지고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으로 한참 후순위로 밀려있었는데 7만 가구 규모 하남교산신도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만드는 거다. 어떻게 보면 메인이 하남교산신도시라고 할 수 있다. 국토부 장관 입장에서 보면 하남교산신도시가 진짜 더 중요한데 서울양평고속도로를 왜 중단했는지 모르겠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을 만났다. 원 장관은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로 입주가 지연된 검단 LH 아파트에 대한 보상안을 보고받고 이에 대한 입주예정자 의견을 들었다. (사진=국토부)
원희룡 국토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을 만났다. 원 장관은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로 입주가 지연된 검단 LH 아파트에 대한 보상안을 보고받고 이에 대한 입주예정자 의견을 들었다. (사진=국토부)

Q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을 빼고 본다면?
 
"원희룡 장관의 취임사는 인상적이었다. 국토와 교통을 얘기하면서 국토 분야에선 부동산 시장 개선과 디지털화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고 교통 분야에선 스마트 교통, 모빌리티 교통에 대한 굉장히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교통 분야에 대한 실적이 하나도 없다. 원희룡 장관이 제주도지사 할 때 굉장히 선진적인 정책을 많이 폈다. 모빌리티 분야를 보면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 도로를 제주도에서 먼저 시범 실시하고 괜찮았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국토부 장관때는 제대로 못했다. 본인이 UAM(도심항공교통)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제대로 했는지를 모르겠다."

Q 프롭테크(부동산 정보 기술) 관련 정책은 어땠나?

"원희룡 장관은 프롭테크 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았고 의지도 있었다. 그런데 실천을 했냐는 다른 문제다. 의지는 있었다고 보여지는데 실행은 못했다. 부동산 시장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여전히 공인중개사협회가 프롭테크 산업을 막는 법안들, 그러니까 '직방 금지법'을 계속 밀어부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거기에 대해 단호하게 끊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 올해 상반기부터 전세 사기 이슈가 너무 커서 현안 대응하느라 다른 산업 발전에는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전세 사기는 지금의 프롭테크 생태계로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데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 못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지난 5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국토부)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지난 5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국토부)

Q 박상우 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다음 국토부 장관에 내정됐다. 적절한 인사라고 보나?

"커리어(경력)만 보면 사실 괜찮다. 왜냐면 이명박 정부 때 확 부동산 띄우기 했는데 그때 박 후보자가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했다. 부동산 활황기 때 정책을 한 번 세게 펴면서 관리자로서 경험해 봤고 박근혜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이 어렵자 '빚내서 집 사라'라고 했을 때 주거 안정을 담당하는 LH 사장이었다. 냉·온탕을 적절한 위치에서 다 해 본 커리어는 있는 것 같다. 다만 공직 퇴직 후 '풀 수 있는 부동산 규제는 다 풀어야 한다'거나 '민간 주도의 임대공급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하는 등 친(親)시장을 넘어 친건설족 시각을 보인 것은 우려스럽다. 신임 국토부 장관의 과제 중 하나가 부동산 시장의 디지털 전환인데, 이에 대한 비전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Q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준비를 시작하며 언론에 '과거 오랫동안 갖고 있던 아파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 정책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는 게 좋을까? 

"주택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집에서 살 수만 있으면 된다'가 아니라 상품으로 봐야 한다. 이미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었다. 그러면 집이 남아돌고 집값이 하락해야 하는데 여전히 '집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게 뭐냐면 지역을 다 떠나서 살고 싶은 상품으로서의 아파트가 별로 없는 거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의 전환이 좀 필요하다. 무조건 신규 아파트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기존 아파트를 조금 더 스마트한 아파트로 만들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아니더라도 고급 아파트에서만 제공하는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한다지 아파트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게 단순히 아파트뿐만 아니라 그냥 다세대 주택에도 하는 거다. 다세대 주택도 부동산 관점 말고 리빙 관점에서 보면 시설이 열악하고 보안이 안 되는데 그런 것들을 해결하면 주택 수요를 무조건 신규 아파트 공급으로만 해결 안 해도 되지 않을까 한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