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맥주의 계절, '1'의 전쟁
[데스크칼럼] 맥주의 계절, '1'의 전쟁
  • 박성은 생활유통부장
  • 승인 2023.06.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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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계절이 왔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6월이 되면서 근처인 종로에만 가도 실내든 혹은 바깥 테라스에서 시원한 맥주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넥타이를 푼 채 갓 나온 생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직장인, 맥주 한 모금과 함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연인들, 편의점 파라솔 아래서 캔맥주를 부딪히는 젊은이들. 긴 코로나19 터널을 지난 뒤라 그런지 이 같은 풍경들이 새삼 너무 반가운 요즘이다.

맥주 기업들도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후 첫 여름 대목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영업·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오비맥주와 2위 하이트진로 간 경쟁은 상당히 흥미롭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2019년 ‘테라’에 이어 4년 만에 야심작 ‘켈리’를 내놓으면서 10여 년간 ‘뺏긴’ 1위 탈환을 공언했다. 이 회사의 수장이 켈리 출시 간담회에서 “켈리를 통해 맥주시장에 강력한 돌풍을 일으켜 1위 탈환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얘기할 정도로 의지는 강력하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창사 10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100주년을 앞두고 소주에 이어 맥주 1위까지 차지해 명실상부 한국 최대의 주류 메이커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을 것이다. 켈리의 성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이트진로는 2000년대 후반까지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 ‘하이트’를 앞세워 국내 맥주시장을 평정했다. 하지만 오비맥주가 ‘톡 쏘는 맛’과 ‘신선함’을 콘셉트로 내세운 ‘카스’로 차근차근 점유율을 높이다가 2012년 마침내 판을 뒤집었다. 1994년 시장에 첫 선을 보인 후 약 18년 만에 1등을 차지한 것이다. 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제품 디자인을 리뉴얼했고 투명병 도입이라는 파격적인 결정도 내렸다. 또 맥주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온도를 나타내는 ‘쿨 타이머’ 적용 등 상당한 많은 노력을 해왔기에 1등을 지킬 수 있었다.

1위를 ‘지키려는’ 오비맥주, 이를 ‘뺏으려는’ 하이트진로 간 자존심 싸움은 맥주의 계절인 올 여름 가장 치열할 것이다. TV만 봐도 두 메이커의 광고 경쟁이 엄청나다. 하이트진로가 현재 제일 주가 높은 배우 손석구(켈리)와 공유(테라)로 불을 지피자 오비맥주는 감성적인 광고로 맞불을 놨다. 최근에는 또 다른 맥주 브랜드 ‘한맥’을 리뉴얼하고 프로야구 구단 LG트윈스의 투수 ‘켈리’를 모델로 발탁하며 하이트진로 켈리에 견제구를 던졌다. 

유흥채널 영업 경쟁은 이보다 더하다. 식당, 술집마다 있는 냉장 쇼케이스를 봐도 소비자 눈높이에 있는 가장 최적의 위치에 어떤 맥주 브랜드가 있느냐에 따라 영업력이 판가름 난단 말이 있다. 어떤 곳은 특정 맥주 브랜드만 잔뜩 놓였다. 해당 맥주회사의 영업력이 절대 우위에 있단 뜻이다. 또 벽면에 붙은 경쟁사 맥주 포스터를 떼고 자사 맥주 포스터를 붙이는 일은 다반사다. 저녁마다 카트를 끌고 식당, 술집을 돌아다니며 자사 맥주를 홍보하고 증정품을 안겨주는 판촉사원들 간 영역 싸움도 치열하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한국의 두 대표 맥주 메이커의 기 싸움이 올 여름 맥주시장을 더욱 달아오르게 한다. 우린 단순히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일 수 있으나 이들에겐 곧 전쟁이다. 어쩌면 맥주의 계절보다는 ‘홉(Hop)의 전쟁’, ‘보리 혈투’란 표현이 더 맞겠다. 마지막에 웃는 승자는 누가 될까. 결과야 어찌됐든 코로나 이후 맥주 판도 덩달아 커지면서 흥행 몰이가 되길 바란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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