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하림, 동원의 목마름
[데스크칼럼] 하림, 동원의 목마름
  • 박성은 생활유통부장
  • 승인 2023.08.0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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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국내외 경기침체 장기화와 고금리 현상이 지속된 탓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 상반기 국내 M&A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41% 급감했다. 국내에서 M&A는 아직까지 ‘기업 약탈’이란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긴 하다. 반면에 기업의 신사업 발굴과 신성장 차원에서 M&A는 순기능을 한다. 

식품업계로 살펴보면 육계(고기 닭)를 근간으로 한 ‘하림’과 참치 원양어업으로 시작했던 ‘동원’이 M&A를 잘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하림은 대형 해운사 ‘팬오션’을, 동원은 미국의 최대 참치캔 기업 ‘스타키스트’와 물류기업 ‘동원로엑스(전 동부익스프레스)’ 등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 대기업집단 순위(공정자산총액 기준)’ 발표에서 하림그룹은 27위, 동원그룹은 54위에 자리했다. 각각 닭고기, 참치 ‘외길’로만 갔다면 지금의 위상을 생각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하림과 동원은 공교롭게도 최근 매물로 나온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HMM은 1976년 설립된 아세아상선이 모태로 현대그룹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이 설립했다. 이후 현대상선으로 사명을 바꾸고 성장을 이어갔으나 2000년대 초반 금융위기에 이어 해운업 불황까지 덮치며 2016년 구조조정에 따라 산업은행에 편입됐다. 이후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등으로 이뤄진 채권단 관리를 받아왔다. 자산규모는 26조원에 육박하고 재계순위 19위로 하림, 동원보다 높다. HMM 인수에는 이들 외에 SM, LX, 글로벌세아가 뛰어들었다. 쟁쟁한 경쟁자들이다. HMM의 예상 매각가는 최소 5조원, 올해 M&A 최대어로 꼽힌다. 

하림과 동원 입장에서 HMM 인수는 그룹 재도약을 위한 마중물로 쓰일 만하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2020년 그룹 본산인 전라북도 익산에 52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종합식품단지를 조성했다. 그는 ‘더미식’으로 대표되는 가정간편식(HMR)을 신사업으로 삼고 프리미엄 식품시장을 공략 중이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진 못하고 있다. 또 그룹 숙원사업인 서울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은 인허가 문제로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2015년 팬오션 인수로 해운·물류라는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를 성공적으로 발굴한 경험이 있다. HMM 인수가 현실화되면 벌크선에 컨테이너선이라는 포트폴리오를 더하면서 시너지를 기대케 한다. 

김남정 동원 부회장은 지난해 동원산업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고 그룹의 새 먹거리 찾기에 목마른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올 들어 한국맥도날드·보령바이오파마 인수에 잇달아 참전하면서 M&A 큰 손으로 떠올랐으나 결과적으로 두 곳 모두 인수는 불발됐다. 

HMM의 경우 이전 두 기업과 비교해 사업규모, 시너지 등에서 확연히 다르다. 동원은 그룹의 또 다른 축인 물류 부문에서 육상(동원로엑스), 항만(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사업을 영위 중이다. HMM을 품게 되면 ‘종합물류체인’을 구축하는 발판이 생긴다. 

하림과 동원, 두 기업 모두 재도약에 대한 갈증이 있다. 다만 M&A 과정에서 득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HMM과 기대되는 시너지만큼이나 침체된 해운업황, 1조원 규모의 영구채 등 리스크도 분명 존재한다. 자칫하다가 ‘승자의 저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홍국 회장, 김남정 부회장은 M&A 경험이 많다. 이들의 노련함과 예리한 판단력, 과감한 결단력이 빛을 발할지 지켜볼 만하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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