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위기의 K-푸드, 불안감 키우는 정부
[데스크칼럼] 위기의 K-푸드, 불안감 키우는 정부
  • 박성은 생활유통부장
  • 승인 2023.05.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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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즈음 미국 뉴욕에서 열린 K-푸드(한국식품)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만난 한 바이어는 K-푸드가 일식, 중식보단 대중성이 부족할진 몰라도 ‘유니크(Unique)’한 구석이 많아 재미있다는 표현을 했다. 그는 K-팝과 같은 한류 콘텐츠와 시너지를 내면서 홍보·마케팅 역량을 잘 키운다면 전 세계적으로 K-푸드만의 카테고리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무역업자 시각으로 봤을 때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면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단 말도 남겼다. 

그의 말대로 K-푸드는 지금 K-팝과 함께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 콘텐츠가 됐다. 전 세계 많은 이들이 BTS(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에 열광한 것처럼 유튜브를 비롯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불닭볶음면’, ‘엽떡(엽기떡볶이)’과 같은 K-푸드 먹방들이 셀 수 없을 만큼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또 유럽의 지붕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신라면을 먹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나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떡볶이를 먹는 뉴요커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최근 미국의 대형 방송사 NBC는 ‘떡볶이의 점령’이란 보도를 통해 한국의 길거리 음식이 미국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크한 K-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일식, 중식 못지않게 대중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K-푸드 수출은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글로벌 물류대란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K-푸드 수출액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95억달러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 99억달러, 2년차인 2021년 114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120억달러를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라면과 김, 참치, 음료, 쌀가공식품 등이 K-푸드 수출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출범 당시 임기 내 K-푸드 수출 목표치를 150억달러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간의 성장세를 감안해 올 2월 수출전략회의에선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까지 200억달러 달성으로 수정했고 지난달엔 농식품 전후방 산업을 포함해 230억달러로 재조정했다. 

하지만 K-푸드 수출은 올 들어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성장세가 꺾이면서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올 1분기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29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8% 줄었다. 북미에서 -10.1%, 유럽은 -23.2%의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일본은 금액 면에선 각각 2%, 5%대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물량은 2.9%, 9.9% 감소했다. 

상황은 이러한데 윤 대통령의 정치적인 행보는 해외에 진출한 식품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미국, 일본과는 ‘관계 정상화’라는 전제로 동맹을 강화하는 반면 중국, 러시아 등과는 거리를 둔 ‘냉랭함’으로 상당한 온도 차를 보였다. 미국 국빈 방문 당시 ‘대만해협’ 언급, 외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 등의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중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단 얘기도 흘러나온다. 당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식품사들은 한동안 맥을 못 추렸고 회복하기까지 수년의 인내가 필요했다. 

윤 대통령은 K-푸드를 ‘한국 수출의 히든카드’라고 치켜세웠다. 말 그대로 K-푸드가 한국경제의 비장의 수가 될 것이란 얘기다. 해외시장 개척 일선에 있는 우리 식품기업들이 맘 놓고 활동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부터 신경쓰는 게 우선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