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손태승'…종합금융그룹 치켜세운 '전략통' 36년 마침표
'아듀 손태승'…종합금융그룹 치켜세운 '전략통' 36년 마침표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02.0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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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펀드 징계 수용하고 떠나…완전민영화·실적상승 견인 
지난 1월30일 우리금융그룹 본사에서 열린 공동연수 개강식에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맨 앞줄 가운데)이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지난 1월30일 우리금융그룹 본사에서 열린 공동연수 개강식에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맨 앞줄 가운데)이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라임펀드 관련 징계를 최종 수용한 가운데, 업계를 떠난다. 손 회장은 지난 7일까지였던 이의제기 기간 중 별도의 소송을 하지 않았다. 지난 1987년 한일은행 입사로 시작한 ‘금융맨’ 손 회장의 여정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라임펀드 제재 부과에 대한 이의 제기(행정소송)를 포기한 가운데, 손태승 회장은 별도 소송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우리은행과 손태승 회장에 대한 징계를 최종 결정한 날은 작년 11월9일이다. 

금융위는 우리은행에 대해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76억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모펀드 신규 판매 3개월 정지라는 제재를 결정했다. 

또 손 회장에 대해서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 제재를 내렸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인데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경고 처분 시 3~5년간 금융사 취업을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행정처분에 대한 이의 제기는 90일 이내에 해야 하는데, 마지막 날인 7일까지 우리은행과 손태승 회장은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금융당국 제재안은 그대로 인정됐다.

손 회장과 우리은행은 막판까지 행정처분에 대한 이의제기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당국이 행정소송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고, 실익 역시 크지 않다는 점에서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손 회장은 라임 사태와 결이 유사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라임 펀드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손 회장이 계속되는 금융당국 압박에 결국 연임을 포기하면서 이런 기류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앞서 손 회장은 연임을 포기했지만, 개인적인 명예 회복과 함께 향후 금융권 재취업이란 현실적인 이유로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면 소송비용 등을 고려할 때 실익이 크지 않아 포기할 것이란 관측도 함께 제기됐다.

실제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연임을 포기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더라도 손 회장으로서는 특별하게 얻을 것이 없다”며 “(행정소송을 해 승소하면) 우리금융 회장까지 역임한 만큼 금융권에서 다시 일은 할 수 있겠지만, 그만한 직(회장직)에 앉기는 쉽지도 않고, 그런 자리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금융당국의 제재안을 받아들이면서 36년간의 길었던 그의 금융맨으로서의 여정도 마무리됐다. 

1959년5월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손태승 회장은 전주고등학교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사하면서 금융업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는 한일은행 뉴욕지점 과장을 거쳐 44세에 우리은행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을 지낸 뒤 우리은행 LA지점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담당 상무를 맡게 되고, 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 부행장을 거쳐 금융맨이 된 지 30년 만인 2017년 우리은행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손 회장은 우리은행 내 최고 전략통이자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은 동시에 오랜 기간 글로벌 부문을 총괄한 만큼 우리은행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으며 행장으로 임명된다.

그는 행장 선임 1년 뒤인 2018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으며 겸직하게 되고, 2년 뒤인 2020년 연임에 성공하며 회장직에만 전념하게 된다. 

손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2020년부터 우리금융그룹 실적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게 된다. 

2020년 1조5152억원이었던 순이익은 2021년 2조5879억원으로 1조원 넘게 증가했다. 또 지난해에는 3분기 만에 전년도 실적을 웃도는 성과를 내고, 2021년 대비 22.5% 증가한 3조1693억원 순이익이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또 손 회장은 재임 중이던 지난 2021년12월 우리금융그룹은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던 지분 15.13% 중 9.3%를 매각해 우리사주조합(9.8%)에 최대 주주 지위를 넘기며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다. 

이와 함께 손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후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해 이를 현실화했다.

손 회장은 2006년 재정경제부장관 표장과 2008년 기획재정부장관표창 수상에 이어, 지난 2020년에는 노동자 채용 모든 과정을 외부 전문 기관에 위탁하고 채용자문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공정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여성고용 확대에 힘쓴 공로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하지만, 은행장 재임 기간 중 발생했던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제재를 받고 이를 수용하면서 대한민국 금융산업에서 써왔던 그의 기록도 여기서 마무리하게 됐다. 

bth77@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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