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회장'은 옛말…금융지주 장기집권 시대 저문다
'10년 회장'은 옛말…금융지주 장기집권 시대 저문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1.2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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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부분 세대교체…회장 연임 제한 전방위 압박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금융지주 회장이 1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하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연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금융지주 수장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차례로 물러난 모양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당분간 금융지주 회장이 수차례 연임하는 사례는 보기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용퇴의사를 밝힌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시작으로 농협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BNK금융지주까지 임기 만료를 앞둔 회장은 연임에 실패하거나 스스로 물러났다.

금융당국은 지주 회장들의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며 압박을 가했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연임 도전을 앞두고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중징계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 용퇴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회장들이 연임을 반복하며 10년 가까이 재임했던 그동안의 관행을 끝내려는 금융당국의 의도가 개입했다는 말이 나온다.

2001년 우리나라에 금융지주 체제가 들어선 이후 상당수의 지주 회장들은 10년에 가까운 임기를 보냈다. 일례로 지난해 퇴임한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12년 취임해 4연임을 했고 지난해까지 10년간 회장직에 있었다.

신한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인 라응찬 전 회장도 2001년부터 2010년까지 4연임을 통해 9년의 임기를 보냈다. 윤종규 현 KB금융지주 회장도 2014년 취임해 현재까지 3연임에 성공한 9년차 회장이다.

이런 까닭에 금융권에서는 지주 회장의 3연임과 긴 임기 보장은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실제 조용병·손태승 회장도 용퇴를 밝히기 전까지는 연임 도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장기 집권한 회장들은 연임 과정에서 ‘셀프 연임’ 등의 논란을 빚기도 했다. 뚜렷한 대주주나 오너 일가가 없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에서 회장들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이사진을 구성하고 차기 회장 후보 추천에 직접 개입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주인 없는 금융사에 CEO(최고경영자)의 우호세력이 돌아가면서 인사하는 이른바 ‘내치’가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 같은 행태를 비판했다.

장기 집권한 지주 회장은 한동안 다시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회장은 이미 3연임까지 한 만큼 이번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 지난해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2025년 3월 나이제한(만 70세)에 걸린다. 

정치권에서도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를 제한하는 입법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일례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3명의 의원은 지난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1회,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보다 앞선 2021년에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지주 대표가 계열사의 내부 통제 책임을 지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사기업이지만 공공적 성격이 있는 만큼 한 명의 CEO가 오랜 기간 재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