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멀어진 1기 신도시 재정비
[기자수첩] 멀어진 1기 신도시 재정비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2.08.2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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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대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6일 발표된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에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등을 통한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임기 5년간 전국에 주택 270만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그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속해서 언급했던 '구체적인 내용'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특히 관심이 높았던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서는 하반기 연구용역을 거쳐 2024년 중으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이번 대책에서 재정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기대했던 1기 신도시에서는 '알맹이가 없다', '속았다' 등 실망을 넘어 분노 섞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취재 중 만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미루겠다는 거니까 아직 희망은 있지만 심할 경우 (1기 신도시 집값이) 재정비 발표 이전 수준까지도 조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당은 1기 신도시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파기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마스터플랜 수립 시점으로 제시한 2024년이 22대 총선이 치러지는 해인 것도 이번 논란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에 원희룡 장관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1기 신도시에는 이미 30만호 주택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 이주대책 등 계획 수립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10만호 공급'이 아니라 '10만호 공급기반 구축'이라고 공약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마스터플랜에 따라 질서 있게 지역마다 재정비가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공약이 일부 후퇴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거시경제 악화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하락 국면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친 폭락을 경계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 가는 부분이다. 또 대규모 재정비 사업에 따른 주변 집값 상승과 이주 수요로 인한 인근 전셋값 불안, 공급 확대에 따른 인프라 확충 필요성 등도 단기간에 대책 마련이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 한발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윤 정부의 주택 공급정책은 시작부터 신뢰를 깎아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손상된 정책 신뢰는 정부의 기대와 다른 신호를 주는 등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집권 100일이 막 지난 정부다. 부동산 시장 안정 등 할 일이 산적한 상황에서 더 이상 논란은 없어야 한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