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친환경’ 인증부터 관리까지 총체적 난국
‘무늬만 친환경’ 인증부터 관리까지 총체적 난국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7.08.2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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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HACCP 등 각종 인증 관리감독 강화 절실
“농관원 중심의 인증제도 개혁 부적절” 견해도
▲ 살충제 성분 '피리다벤'이 검출된 충남 논산의 양계농장. (사진=연합뉴스)

“겉으로는 고고하게 친환경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돈벌이에만 골몰한 천박한 사업자들이다.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한 만큼 일벌백계해야 한다.”

19일 서울 강동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송모(47·사업) 씨는 친환경인증 농장의 계란에서 무더기로 살충제가 검출됐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먹구구식으로 관리 감독하는 친환경 인증이라면 앞으로 절대 친환경 먹거리를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송 씨처럼 많은 국민들이 친환경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을 생산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친환경인증은 엄격한 검증을 거친 소수 농장에만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안전한 제품이라 믿으며 비싸게 구입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발생 후 조사 결과는 소비자들의 믿음과 정 반대였다.

정부의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살충제 검출 농장 총 49곳 중 31개가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였다. 일반 농가(18곳)보다 오히려 친환경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이 많이 나온 것이다. 친환경인증 농가 가운데 기준치를 넘지 않았지만 살충제가 조금이라도 검출된 곳도 37곳 있었다.

친환경인증뿐만 아니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등 식품 안전과 관련된 각종 인증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이번에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 절반 이상은 친환경인증뿐만 아니라 해썹 인증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친환경 인증에 대한 부실한 관리 감독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런 지적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친환경 농장 관계자는 “현재 친환경 인증업무는 64개 민간업체들이 위탁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며 “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들이 이 업체들로 내려오면서 이른바 ‘농피아’의 유착관계가 형성돼 부실 인증이 속출하고 있다는 건 오래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계란 살충제 대책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친환경인증에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난 만큼 정부는 친환경 인증제 개편을 추진하고 근본적인 개선을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솜방망이 처벌 규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 법규상 친환경 농가에서 살충제가 검출돼도 인증을 취소할 수 없으며, 친환경 마크를 떼면 계란을 유통할 수 있다. 사유가 발생해 친환경인증이 취소돼도 1년 후에는 재인증을 받을 수 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앞으로는 벌칙을 강화해 친환경인증 기준에 위반되는 사례가 나오면 유통 금지 등 농가에서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민간에 위탁된 친환경인증 업무도 재검토된다. 현재는 64개 민간업체가 친환경인증 업무를 진행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이에 대해 사후관리만 한다. 정부는 향후 농관원을 중심으로 민간기관의 통폐합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관원 중심의 개혁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정부 관계자들도 있다. 지금까지 농관원 출신 인사들과의 유착으로 친환경인증 제도가 만신창이가 됐는데 이를 다시 농관원에서 총괄하게 하면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농업 관련 정부 산하기관 중 인증 업무를 소관할 수 있는 곳도 있으니 뿌리 깊은 관행을 개혁하는 차원에서 주관기관을 바꾸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아일보] 신승훈 기자 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