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첫 공판… 김기춘·조윤선 "무직입니다"
'블랙리스트' 첫 공판… 김기춘·조윤선 "무직입니다"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4.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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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있냐" 질문에 김기춘 '묵묵무답'·조윤선 "오해다"
혐의 전면 부인… "특검이 정치편향적 수사했다"
▲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6일 법정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 수의 대신 검은 정장을 입고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2개월 넘게 구속 수감 중인 김 전 실장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 꼿꼿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달리 화장기 없는 민얼굴의 조 전 장관은 다소 힘없는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재판장이 직업을 확인하자 각각 "무직입니다", "지금 없습니다"라며 짧게 답변을 마쳤다. 두 사람 모두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법조인 출신이다.     

김 전 실장은 재판 내내 계속해 주변을 둘러보다가 변호인이 40분에 걸쳐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때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재판장이 "본인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고개만 가로 저을 뿐 입을 떼진 않았다.

반면 조 전 장관은 A4 용지에 메모를 하는 등 하더니, 변호인의 변론이 끝나자 이 종이를 한 번 들여다본 뒤에 재판장을 쳐다보고 자신의 입장을 직접 얘기했다.

그는 차분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저에 대해 깊은 오해가 쌓여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제가 겪은 모든 일을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선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의 변호인들이 열띤 변론을 하면서 여러 법리적 쟁점과 사실관계에 대한 주장을 풀어놓았다.

이들은 특검이 제시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전 실장 변호인은 공판준비기일 때와 마찬가지로 "특검이 정치편향적인 수사를 했다"며 공소사실 일체를 부인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도 "정무수석 재직 당시 수석실 소속 직원이 지원배제 업무에 협조했지만 조 전 장관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정을 찾은 120명가량의 방청객 가운데 '블랙리스트' 피해자들도 법정을 찾았다.

이 중 한 피해자는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특검이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고 있다"고 말하자 "그게 왜 선입관입니까. 고통을 받고 있는데요"라며 항의했다가 재판장의 제지를 받았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