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운명, 국민연금에게 달렸다
대우조선 운명, 국민연금에게 달렸다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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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투자 개인 비중 10%내외로 추정
▲ 국민연금공단 (자료사진=연합뉴스)

금감원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 비중이 30% 수준이라고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실제 개인 비중이 10%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으로선 개인 투자자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손실분담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개인 비중이 기존의 생각보다 적을 확률이 높아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다만 기관 투자자 비중이 높은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 회사채 30%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에 부정적 자세를 취할 경우 다른 기관 투자자들도 이를 따를 수 있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23일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 방안 발표 이후 대우조선 회사채 보유자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채는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최초 투자자와 최종 보유자가 다를 수 있다. 채무 재조정을 위해선 투자자 확인이 필요하다.

금감원이 잠정적으로 투자자 비중을 확인한 결과 대우조선 회사채에 투자한 기관 비중은 80∼90% 정도였으며 개인 비중은 10% 내외였다.

금감원 측은 증권사를 통해서 보유자를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하게 한 다음 달 21일 만기 회사채 4400억원의 경우 국민연금이 1900억원(43%)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남은 회사채는 우정사업본부(300억원), 신협(200억원), 교보생명(200억원) 등 기관 투자자가 보유 중이다. 4월 만기 회사채 기관 비중은 80% 이하다.

개인 투자자의 참석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가결 여부가 정해질 수 있다.

추가 경영정상화 방안대로 하면 대우조선은 1조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50%를 주식으로 바꾸고(출자전환)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야 한다. 3%대였던 회사채 연 이자율도 1%대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17∼18일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한다. 사채권자들이 채무 재조정을 받아들여야 대우조선이 시중은행·국책은행의 출자전환과 새 자금 2조900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사채권자 집회 각 회차마다 참석 채권액 3분의 2 이상, 총 채권액 기준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채무 재조정 안이 통과된다.

대우조선은 채무 재조정 성공 확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부장·차장급 간부 200명으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서 개인 투자자를 일일이 만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회사채에는 ‘한 곳에서 지급불능이 발생하면 다른 채권자도 일방적으로 지급불능 선언을 할 수 있다’는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연쇄지급불능) 조항이 걸려 있다. 사채권자 집회 5회 중 1회만 통과가 안돼도 대우조선은 즉각 단기 법정관리의 한 형태인 P플랜(Pre-Packaged Plan)으로 가야 한다.

내년 4월 2일 만기가 오는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상당 부문은 우정사업본부가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CP는 사채권자 집회 소집 대상이 아니어서 일일이 개별적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이 어쩔 수 없이 채무 재조정에 합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을 P플랜으로 보낼 경우 엄청난 여론의 비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