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우조선 회생 위한 사채권자 설득에 '조심'
금융당국, 대우조선 회생 위한 사채권자 설득에 '조심'
  • 강태현 기자
  • 승인 2017.03.28 1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순실 사태'에 손발 묶여…금소원 "새 정부에서 결정해야"
▲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야드.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을 위한 사채권자 설득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구속을 지켜본 금융당국은 사채권자 집회의 키를 쥔 국민연금에 찬성해달라고 요청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 전 장관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금융소비자단체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박근혜-최순실 일당의 부역인사로,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은 새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우조선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고비는 다음 달 17∼18일 회사채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다.

사채권자들은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사학연금·보험사·증권사 등 기관투자자 70%와 개인 30%로 구성돼 시중은행처럼 일괄적 채무 재조정 합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

각각 만기가 다른 회사채 채무 재조정을 위한 5차례의 집회 중 1차례라도 부결되면 대우조선 지원방안은 실패로 돌아간다.

사채권자 집회의 키는 대우조선 회사채의 29%(3900억원)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특히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 중 2000억원 이상을 국민연금이 들고 있다.

대우조선 회사채 1800억원(13%)을 보유한 우정사업본부와 1000억원을 들고 있는 사학연금(7%),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 역시 국민연금의 선택을 따를 가능성이 있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면 채무 재조정이 가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경우 대우조선은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결합한 새로운 구조조정 수단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으로 들어가야 한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대우조선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금융당국은 지원 요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최순실 게이트에 휩쓸려 홍역을 치른 가운데 정부 요청이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순실 사태 이후 정부가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현재 국민연금을 설득할 수 있는 주체는 사실상 대우조선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단체의 비판 또한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28일 "박근혜-최순실의 부역자이고, 정권의 낙하산∙하수인 역할에 충실해 온 금융위원장과 산업은행장 등이 대우조선 지원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도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소원은 "이번 대우조선의 추가 지원은 국민 혈세 낭비 뿐만 아니라, 국민 연금과 우체국 등의 부실로 인한 국민의 피해, 금융권의 강제적인 부담으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강태현 기자 th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