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기관투자자들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부정적’
금투업계 기관투자자들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부정적’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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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에 유리, 밑 빠진 독 물붓기” 주장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갖고 있는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 기관투자자들이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의 채무조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은 아직 구체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입장이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의 검토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 기관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의 채무조정안을 기본적으로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23일 선(先) 채무조정, 후(後) 추가 유동성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자율적 구조조정 방안을 먼저 추진하는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내놓았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다음달 17∼18일 5회에 걸쳐 개최되는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회사채 1조3500억원·기업어음(CP) 2000억원)에서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 연장하는 채무재조정을 마무리한 다음 새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중 22%인 3000억원 가량의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 국민연금이 3900억원, 우정사업본부 1800억원, 사학연금 1000억원, 시중은행 600억원 등 기관투자자가 갖고 있는 물량은 전체의 4분의 3 이상이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이 수용되기 위해서는 총발행채권액 3분의 1 이상을 가진 채권자들이 참석해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발행 채권 총액 3분의 1 이상의 찬성도 필요하다.

이론적으로는 금융투자업계가 반대해도 국민연금 등 나머지 기관투자자가 찬성하면 채무조정안이 사채권자집회를 넘어갈 수 있다.

다만 정부의 구조조정안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강해서 낙관할 수만은 없다.

금융투자업계 인사들 중에는 대우조선 구조조정안에 대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가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책임은 지지 않고 국민 세금을 무모하게 탕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에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재무상태 점검을 소홀히 해 대규모 부실 사태를 사전에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 사업 타당성을 철저히 검토하지 않고 투자를 해서 피해를 키웠고, 수백억원을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도덕적 해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최근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에 대해 2010년에서 2015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담당하면서 분식회계를 조직적 묵인·방조·지시했다며 1년 동안 신규감사 업무정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