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돼도 ‘이재명 체제’ 공고해진다
이재명 구속돼도 ‘이재명 체제’ 공고해진다
  • 진현우 기자
  • 승인 2023.09.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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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친위’ 원내 지도부 구축..“구속돼도 이재명 사퇴 이유 아냐”
친명계 강성지지층, 비명계 ‘가결표’ 색출...송갑석 최고위원 사퇴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찬대 공동위원장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심사에 대한 대책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찬대 공동위원장이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심사에 대한 대책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당 내홍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사실상의 내전에 돌입한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계는 25일 이 대표 거취 문제와 체포동의안 가결표 색출을 둘러싸고 격돌했다.

친명계는 이 대표가 구속되는 만일의 경우에도 대표직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옥중공천'도 언급했다. 친명계와 강성 지지층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 탄원서와 함께 국회 본회의 과반 찬성으로 구속 국회의원을 석방할 수 있는 ‘석방 요구 결의안’ 등을 추진한다. 

사실상 당 대표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은 1년이 넘도록 300번 넘게 야당 탄압, 정적 제거용 압수수색을 했지만 이 대표가 1000원짜리 한 장이라도 돈을 먹었단 똑 떨어지는 증거는 아직도 찾지 못했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친명계 중심의 지도부 재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는 4선 우원식(서울 노원을), 3선 김민석(서울 영등포을)·남인순(서울 송파병)·홍익표(서울 중-성동갑) 의원 등 4파전으로 치러진다. 네 사람 모두 친명계 중진 의원으로,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민주당 지도부는 친명 일색을 띠게 된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민주당의 '이재명 체제'는 더욱 공고해지는 셈이다.

친명계는 가결표를 던진 의원의 실명을 공개하며 징계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표결 후 의원총회에서) 설훈 의원이 스스로 격앙돼 ‘내가 이재명을 탄핵한 것’이라고 발언했다"며 "그동안의 발언, 당에 해를 끼치는 행위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절차를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다. 당에 그 기구들이 있다"며 설 의원 등 가결표를 행사한 의원들의 징계를 시사하기도 했다.

'비명계' 최고위원이었던 송갑석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지막으로 사퇴했다. 그는 사퇴 입장문에서 "우리 당 국회의원들은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고백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나는 자기 증명을 거부한다"며 "향후 재판 결과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그리고 형사법의 기본 룰인 불구속수사의 원칙 등의 원칙 준수라는 관점에서도 이 대표에게 불구속으로 재판받을 기회가 반드시 보장되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자기 주장을 남에게 강요하는 건 독재의 시작"이라고 비판했다. 조응천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당내에선 (이 대표의) 친정 체제가 무척 강화할 것 같다"며 "통상 통합으로 가는 게 상식적인데 가결 이후 이 대표가 내놓은 메시지나 주류 쪽에서 하는 언행을 보면 전혀 통합으로 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옥중공천을 하겠다는 기류와 지도부가 총사퇴하라는 주장이 정면충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분당까지 언급되는 극심한 당내 갈등 상황에서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 내부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hwjin@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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