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5년' LG, 휴대폰‧태양광 결단 통했다…전장‧배터리 전면에
'구광모 5년' LG, 휴대폰‧태양광 결단 통했다…전장‧배터리 전면에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7.02 0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주사 대표 역할 집중, 선택·집중 통해 사업포트폴리오 재정비
매출 2019년 138조서 지난해 190조로 껑충…영업익 77% 증가
향후 5년간 'AI·바이오·클린테크·전장' 54조 투입…성장동력 육성
구광모 LG 회장이 2023 LG테크콘퍼런스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는 모습.[사진=LG]
구광모 LG 회장이 2023 LG테크콘퍼런스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는 모습.[사진=LG]

구광모 LG 회장이 총수 최근 취임 5주년(6월29일)을 맞았다. 2018년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로 만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그룹 전면에 나섰지만 구성원을 존중하는 리더십으로 미래 사업에 집중, 신성장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다. 특히 휴대폰·태양광 등 부진했던 사업을 정리하고 배터리·전장사업을 그룹 주력으로 내세워 실적향상을 이끌었다. 구 회장은 AI·바이오·클린테크 등 신사업으로 새로운 미래에 대비한다.

2일 LG그룹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10년 이후 그룹을 책임질 수 있는 AI·바이오·클린테크(ABC) 사업에 공을 들인다.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의 AI연구 허브로 설립된 LG AI연구원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이 한창인 충복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클린테크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마곡 LG화학R&D 연구소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LG는 이 분야에 올해부터 5년간 54조원을 국내 투자한다.

구 회장이 눈독들인 AI는 모든 산업에 걸쳐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는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생성형 AI’ 시장이 앞으로 10년간 매년 42% 확장한다고 내다봤다.

LG는 2020년 설립한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쓴다. 특히 LG는 초거대 AI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 학습, 판단할 수 있는 AI를 뜻한다. LG AI연구원이 2021년말 공개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은 현재 6000억개 이상의 말뭉치, 언어와 이미지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3억5000만장을 학습했다.

LG는 바이오 분야에선 혁신 신약 개발에 힘을 쏟는다. 최근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4개팀과 40여명의 연구인력을 갖춘 ‘세포치료제 TF’ 조직을 가동했다. LG화학이 올 1월 미국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를 인수 합병한 것도 미래 혁신신약 개발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아울러 클린테크 분야에서 △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 폐플라스틱 및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탄소 저감기술 강화에 우선 투자하고 있다.

구 회장이 미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배경은 취임 후 자신만의 리더십으로 그룹을 이끌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초를 쌓았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인재 발굴·육성하는 지주회사 대표로서의 역할에 집중했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회장’이라는 직위가 아닌 ‘대표’라는 직책으로 불러 달라고 한 이유도 그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구 회장은 또 전체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집중하고 계열사 CEO는 구체적인 사업 전략을 짜고 실행토록 했다. 그는 계열사 현장을 방문하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되는지 가감없이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부진 사업을 매각 축소하고 OLED,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LG는 △2019년 LG디스플레이 조명용 OLED,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 정리 △2020년 LG화학 편광판 사업 매각 △2021년 LG전자의 휴대폰 사업(MC사업본부) 종료 △2022년 태양광 사업을 정리했다.

이를 통해 얻은 여력은 OLED,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으로 투입됐다. 그 결과 LG 주요 계열사의 매출은 2019년 138조원에서 지난해 190조원으로 37.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에서 8조2200억원으로 77.4% 증가했다. 특히 수십 년간 LG가 집중해 육성해온 배터리, 자동차 전장, OLED 등 사업이 한 단계 도약하며 성장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주력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역시 연매출 25% 이상 확대를 목표로 순항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분야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385조원에 달한다.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성장세도 가파르다. 업계에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올해 전장분야 수주잔고가 12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전자의 전장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부문은 지난해 매출 8조6496억원, 영업이익 16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1%가 증가했고,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VS사업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LG전자 전체 매출의 10.4% 수준이다.

jangstag@shinailbo.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