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21조원…몸집 키운 '현대건설' 수익성은 뚝
작년 매출 21조원…몸집 키운 '현대건설' 수익성은 뚝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01.2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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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현장 비용처리 등 영향 '영업이익' 전년 比 23%↓
신규 수주는 역대 최대…전문가 "올해 실적 반등 전망"
서울시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사진=신아일보DB)

현대건설이 지난해 매출 21조원 고지를 밟았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해외 현장 비용 처리와 연결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이익 감소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 줄고 영업이익률은 2%대로 내려앉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대건설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신규 수주를 이뤄내 일감이 풍부하다며 올해 실적 반등을 기대했다.

20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은 21조2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8조655억원 대비 17.6% 늘어난 수치로 지난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처음으로 매출 20조원을 넘겼다.

이 같은 매출 확대는 사우디아라비아 마르잔 공사와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 해외 대형 현장 공정이 본격화하고 '개포 주공 1단지'와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등 국내 주택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두면서다.

반면 영업이익은 5820억원으로 1년 전 7535억원에서 22.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5544억원보다 12.5% 적은 4850억원을 기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미르파 발전소 장기 미수금 대손 처리 500억원과 두바이 대관람차 수리비용 200억원 등 반영과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이익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이에 영업이익률이 1년 전 4.2%에서 2.7%로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률도 3.1%에서 2.3%로 줄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됐던 것처럼 높은 국내 원가율과 주요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익성 부진이 나타난 가운데 UAE 미르파 현장 장기미수금 500억원을 대손상각 처리한 것이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수익성 악화가 발목을 잡았지만 작년 도시정비사업에서만 9조3395억원 규모 새 사업을 따낸 현대건설은 지난해 신규 수주액 35조4257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남겼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도 90조0283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4.3% 늘었다. 지난해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약 4.2년 치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투자업계는 올해 현대건설이 풍부한 일감을 바탕으로 외형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주택 부문 원가율이 큰 변동 없이 안정화된 만큼 수익성도 향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20.1% 늘어난 25조5000억원으로 정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대형 개발사업 분양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주택·건축 수익성은 내년부터 개선되며 다시 영업이익 1조원 체력을 회복할 전망"이라며 "주택경기 둔화에도 해외 토목·인프라, 관계사 공사를 기반으로 현대건설 실적은 2025년까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자회사 실적 부진과 해외 비용 반영으로 인한 실적 기저를 바탕으로 2023년 매출 확대에 따른 뚜렷한 손익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올해 차세대 원전과 수소플랜트 등 에너지 전환 신사업을 본격화하고 기술력 기반 비경쟁 사업을 통해 해외 사업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할 계획이다. 주택사업에서는 차별화된 사업 모델 개발과 설계 기술력에 기반한 사업 제안으로 확고한 지위를 다질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자력, 수소 등 에너지 전환 사업을 본격화하고 미래도시와 주거 환경 개발을 선도하는 한편 안전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스마트 건설기술 확대를 통해 지속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