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반도체 장비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후 6개월 만에 해외 출장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7일부터 18일까지 네덜란드를 포함해 유럽을 방문한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소식은 지난 2일 열린 공판을 통해 알려졌다. 재판부와 검찰은 이 부회장 측이 제출한 네덜란드 출장 관련 재판 불출석 의견서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이번 주와 다음 주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네덜란드에 소재한 ASML의 최고경영진을 만날 전망이다. 이 업체는 반도체 미세공정에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한다.

이 장비의 가격은 1대당 2000억원에 달하지만 한해 생산 가능수량은 40~50대에 불과하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부터 TSMC,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도 장비확보에 힘을 쏟는다. 지난해 ASML의 EUV 장비 출하량은 48대며 삼성전자는 약 15대, TSMC는 20대를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선두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선 ASML의 장비확보가 필수라는 뜻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유럽 각국을 들러 인수합병(M&A) 이슈를 논의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은 현재 100조원 이상이다.

네덜란드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분야 2위 기업 NXP가 소재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2019년부터 NXP를 인수하려 했지만 인수금액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고 알려졌다. 또 독일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영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도 유력 인수후보로 꼽힌다.

이 부회장의 해외출장은 지난해 말 나흘간의 중동행 이후 약 반년 만이다. 그동안 재판 일정 등으로 글로벌 경영에 집중하지 못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외행보에 본격 나섰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 취임식 초청만찬을 비롯해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이어 지난달 30일엔 방한한 팻 겔싱어 인텔 CEO를 만나 반도체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최근엔 5년간 국내외 450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목숨 걸고 투자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홍협회장은 지난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 등 경제인들의 사면을 요청했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3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관계사 최고경영진 간담회 참석에 앞서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다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서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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