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근거 없이 적폐로 몰아… 盧 비극 겪고도 안 달라져"
與 화력 집중 '지지층 결집' 도모… 국힘 "부당 선거개입 유감"
윤석열 "당선되면 어떤 수사에도 관여 안 해"… 사과 않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현 정부 적폐수사'를 언급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현직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라고 강력 반발하며 총공세를 펴고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대 윤 후보에서 문 대통령 대 윤 후보 대결로 전환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윤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前)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야한다. 돼야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를 향해 "현 정부를 근거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으로 몰았다"면서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중앙지검장·검찰총장 재직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 데도 못본척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한다"고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선거 중립을 이유로 침묵을 지켜왔다. 청와대도 관련 논평이나 언급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제1야당 대선 후보가 현 정부를 사실상 '적폐'로 규정하며 집권시 수사할 것이라고 예고한 것은 금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직접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후보의 발언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를 상기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크게 분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대선이 다가올수록 분열과 갈등이 팽배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국내·외 8개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도 "우리나라가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도 화력을 집중했다. 윤 후보의 발언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여권 대결집을 노리는 것이다.
선대위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후보의 정치보복 선언, 없는 죄도 만들어 뒤집어씌우겠다는 것이냐"며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어떤 대선 후보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정치보복을 공언했느냐"고 비판했다.
정태호(정무수석), 윤영찬(국민소통수석), 한병도(정무수석), 진성준(정무비서관), 김영배(정책조정비서관), 최강욱(공직기강비서관), 김의겸(대변인), 고민정(대변인) 의원 등 문재인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 민주당 의원 20명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윤 후보가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겠다며 정치 보복을 공언했다. 한국 정치사에 처음 있는 망동"이라며 "헌정사에 깊이 새겨질 참담한 발언"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벌써 대통령이라도 된 듯 권력기관에 '수사 지시'를 하고 있다. 일종의 '검찰 쿠데타'를 선동하는 것"이라며 "이쯤이면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다. 윤석열의 망발은 대한민국을 '검찰 국가'로 만들겠다는 다짐"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선대본부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적폐 수사 원칙을 밝힌 윤 후보를 향해 사과를 요구한 것은 부당한 선거 개입으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윤 후보 발언의 취지를 곡해해서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우려 들더니 이제 대통령과 청와대가 가세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는 평소 소신대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과 원칙 그리고 시스템에 따른 엄정한 수사 원칙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정권을 막론하고 부정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게 진행했던 우리 후보가 문재인 정부도 잘못한 일이 있다면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청와대가 발끈했다"고 날을 세웠다.
당사자인 윤 후보는 "저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는 이날 서초구 양재동에서 열린 재경 전북도민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해오셨다"며 "저 역시도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는 늘 법과 원칙,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려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권 시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며 "제가 당선되면 어떤 사정과 수사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말씀을 지난해 여름부터 드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과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다 드렸다. 문 대통령과 제 생각이 같다는 말"이라고만 했다. 사실상 공식적인 사과는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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