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탄산 쥐고 '아픈 손가락' 음료사업 재도전
신세계푸드, 탄산 쥐고 '아픈 손가락' 음료사업 재도전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1.12.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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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석 대표 주도 자체 레시피 개발 '브랜드 콜라·사이다' 론칭
3년 만에 생수사업 철수, 애물단지 전락 '스무디킹' 뼈아픈 역사
성공적 안착 '노브랜드 버거' 업고 MZ세대 겨냥 차별된 경험 강조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와 새로 론칭한 '브랜드 콜라·사이다' [사진=박성은 기자]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와 새로 론칭한 '브랜드 콜라·사이다' [사진=박성은 기자]

신세계푸드는 외식사업 ‘노브랜드 버거’를 앞세운 가운데 자체 개발한 콜라·사이다를 출시하면서 ‘아픈 손가락’인 음료사업에 재도전했다. 신세계푸드는 과거 야심차게 생수사업을 시작했지만 3년 만에 철수하는 아픔을 겪었고, 건강음료 중심의 ‘스무디킹’도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송현석 대표(52)가 주도한 음료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버거 전문점을 업고 반등을 꾀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브랜드 콜라·사이다’를 새롭게 론칭하고 14일부터 전국 160여개 노브랜드 버거 매장에서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 콜라와 브랜드 사이다는 독특한 네이밍과 감각적인 디자인, 자체 개발한 레시피를 강조한 음료다. 맥콜·초정탄산수 등으로 유명한 일화를 통해 위탁 생산한다.

브랜드 콜라·사이다는 지난해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로 새 수장이 된 송현석 대표의 주도 아래 올 초부터 레시피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전개된 사업이다. 신세계푸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펀슈머(Fun+Consumer, 상품에 대한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콜라와 사이다를 차별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기획했다. 

특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화제를 몰고 있는 노브랜드 버거와의 결합으로 소비자에게 독자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춘 만큼 마케팅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론칭 첫 날 송현석 대표가 특별 제작한 콜라맨 의상을 착용하고 노브랜드 버거 매장 앞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나눠주며 홍보에 나서기까지 했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브랜드 콜라·사이다 사업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송 대표는 맥도날드와 피자헛, 오비맥주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8년 신세계푸드 마케팅 담당 상무로 합류했다. 

콜라맨 의상을 착용하고 거리에서 브랜드 콜라·사이다를 직접 홍보하는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좌)
콜라맨 의상을 착용하고 거리에서 브랜드 콜라·사이다를 직접 홍보하는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좌)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빠르고 다양하게 바뀌는 소비 트렌드 가운데 콜라와 사이다는 왜 모두 똑같은 제품을 마시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브랜드 콜라·사이다를 선보이게 됐다”며 “콜라와 사이다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동시에 노브랜드 버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자적인 브랜드 요소로 호감도를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노브랜드 버거를 통해서만 브랜드 콜라·사이다를 경험할 수 있다. 배달 또는 포장 주문 시 제공된다. 가격은 각각 1500원이다. 매장에서 취식하는 소비자도 원할 경우 매장 내 제공되는 펩시콜라·칠성사이다 대신 브랜드 콜라·사이다로 교환할 수 있다.   

일각에선 신세계푸드가 시장 반응에 따라 앞으로 음료 판로를 마트·편의점·이(e)커머스 등 다른 유통채널로 확대하고 탄산음료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그룹의 든든한 지원 아래 이마트와 이마트24, SSG닷컴과 같은 관계사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다른 유통채널로의 판로 확대는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다”며 “(브랜드 콜라와 사이다는) 노브랜드 버거에 대한 소비자 경험을 배가시키기 위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밝혔다. 
 
신세계푸드가 음료사업에 말을 아끼는 이유는 뼈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년 전 철수한 생수사업과 현재 운영 중인 스무디킹을 꼽을 수 있다. 

브랜드 콜라·사이다와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 [사진=신세계푸드]
브랜드 콜라·사이다와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 [사진=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음료 브랜드 '스무디킹'과 편의점 이마트24 간의 숍인숍 매장 모습. [사진=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음료 브랜드 '스무디킹'과 편의점 이마트24 간의 숍인숍 매장 모습. [사진=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는 2016년 생수업체 ‘제이원’을 79억원에 인수하고 3년 내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5%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자체 식음료 통합 브랜드 ‘올반’과의 시너지로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제이원은 이듬해인 2017년 먹는물관리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고 1년 반 가량 영업을 중단했다. 신세계푸드는 결국 2019년 4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지분 매각을 결정하며 생수사업에서 손을 뗐다.  

스무디킹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제2의 스타벅스’로 키우겠단 포부를 밝히면서 신세계푸드가 2015년 인수했다. 하지만 매출은 2016년 202억원에서 지난해 125억원으로 지속 하락세다. 올 3분기 누계 매출액은 65억원으로 전년의 97억원보다 33% 급감했다. 신세계푸드 전체 매출액의 0.7%에 불과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째 적자도 지속된 상황이다. 

올 3분기까지도 15억60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그룹 계열의 편의점 이마트24와의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출점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적 개선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