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티딘’ 발암물질 검출…제약사 ‘발사르탄 악몽’에 허우적
‘라니티딘’ 발암물질 검출…제약사 ‘발사르탄 악몽’에 허우적
  • 김소희 기자
  • 승인 2019.09.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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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조사발표…“국내 유통 라니티딘 제제 전 품목 판매중지”
업계, 바이오약 잇단 임상실패 등 전반적인 어려움 속 가슴앓이
위장약에 사용되는 '라니티딘'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NDMA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6일 총 269개 품목에 대해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위장약에 사용되는 '라니티딘'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NDMA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6일 총 269개 품목에 대해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지난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던 ‘발사르탄 사태’ 당시 논란이 됐던 발암 추정물질이 위궤양과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로 사용되는 ‘라니티딘’에서도 검출돼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로 제약사들은 올 상반기에만 매출이 500억원 이상 감소했고, 식약처 조치에 따른 재고 폐기 등의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오전 1시부터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잔탁’을 비롯해 라니티딘이 함유된 269개 품목에 대한 잠정 제조·수입과 판매중지 조치를 단행했다.

식약처의 이번 행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라니티딘 제제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에 대해 경고성 위해보고를 발표한 후속조치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 추정물질인 2A군으로 분류한 공업용 화학물질로, 지난해 7월 고혈압약 성분인 ‘발사르탄’에 포함돼 있어 이른바 ‘발사르탄 사태’를 일으켰던 물질이다.

김영옥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라니티딘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269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잠정관리 기준보다 NDMA가 초과 검출돼 선제적으로 전 품목에 대한 제조·수입 중지와 판매중지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의 NDMA 잠정관리기준은 0.16ppm이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가이드라인에 나온 발사르탄에 대한 기준을 근거로 평생 노출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최대한 엄격하게 정했다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김 국장은 “발사르탄 사태 당시 회수와 잠정 판매중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안전성을 입증·검증해야만 다시 시장에 출하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며 “다만 라니티딘 제제 자체가 불안정해 불검출부터 53.50ppm 검출까지 편차가 커 NDMA의 영향력 등 추가 연구를 진행하는 등 안전성을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와 의료계는 라니티딘 제제 판매중지에도 환자들의 위장질환 치료엔 불편함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NDMA가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게 맞다. 현재 처방하는 용량도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대체제가 충분한 만큼 굳이 잠재적 위험성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다”며 “의사와 상담해 다른 성분으로 바꾸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라니티딘 제제의 판매중지 조치를 두고 ‘제2의 발사르탄 사태’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새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사르탄 때와 마찬가지로 원료의 문제지만 당장의 매출감소는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식약처가 내린 제조·수입 중단과 판매중지 조치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라니티딘 성분 약의 시장규모는 약 2600억원이며 ‘잔탁’을 비롯해 200여개의 복제약(제네릭)이 허가를 받고 유통되고 있다.

해당 시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알비스’와 ‘알비스D’를 보유한 대웅제약은 “26일부터 알비스와 알비스D정의 제품 공급을 중단한다”며 “회주·폐기 등의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