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회장, 연초부터 흔들린 리더십 화재로 ‘설상가상’
KT 황창규 회장, 연초부터 흔들린 리더십 화재로 ‘설상가상’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11.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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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추구·비용 절감 경영 방식 논란…아현동 화재로 직격탄
3월 정기 주총 소란…법원 “회사 우호세력 선별 입장” 판결
불법정치후원 ‘시한폭탄’…호실적도 300억대 보상비에 빛바래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25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 등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25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 등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초부터 시끄러웠던 황창규 KT 회장의 리더십이 연말 아현지사 화재 사건으로 무너지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는 바람막이 사외이사 선임 의혹이 불거지며 요란스러운 한 해의 시작을 알렸다. 강한 반발에도 자리를 지킨 황 회장은 2분기와 3분기 나름 호실적을 거뒀지만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는 그 마저도 불태워버리는 사건이 돼버렸다. 여기에 불법 정치자금 후원 건이 시한폭탄처럼 자리 잡고 있다.

올해 3월 KT 정기주총은 아수라장에 가까웠다. 황 회장은 주총을 주재하며 연이어 “조용히 하세요”란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소란의 주된 원인은 사외이사 선임과 황 회장의 퇴진 요구에 있었다. 이강철 전 대통령비서실 수석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이 불법 정치후원금 조사를 받고 있는 황 회장을 위한 바람막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이 전 수석과 함께 참여정부 인사 출신으로 사외이사에 추천된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런 논란 때문에 고사하기도 했다.

최근 법원은 황 회장이 이날 주총과 KT를 사적 도구로 이용했음을 인정해 더 곤란한 상황이다. 이달 5일 서울중앙지법은 33명의 KT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KT가 회사 입장을 옹호하는 주주를 미리 선별해 공지된 시간보다 먼저 입장시킨 반면 미리 대기하던 원고들은 공지된 시간에 입장시켜 주총장 앞 좌석을 회사 입장에 우호적인 비표 소지자들이 점유하게 했다”며 “반대파 주주들을 무시한 채 주총을 진행하고 정해진 안건을 의결했다”고 판결했다.

그나마 임금협상 영향과 보편요금제와 취약계층 요금감면 시행 등으로 악화될 것이라 여겨졌던 실적을 선방한 것도 이번 화재로 무색해진다. 올해 1분기 39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KT는 2분기 3991억원, 3분기 3695억원으로 300억원 가량 빠졌다. 전년 대비 각각 4.8%, 10.8%, 2.1% 감소했다.

KT는 실적 반등이 필요한 4분기 실적에 대해 일회성 비용이 앞선 분기에 미리 반영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었다. 하지만 KB증권이 추정한 이번 화재 사건으로 KT가 지불해야 할 보상금은 317억원 수준으로 예상 4분기 영업이익 2503억원의 12.7%에 해당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1971억원 기준으로는 16.1%다. 여기에 카드 결제도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화재 사건 장소 인근 상인들과의 협의가 필요해 보상금액은 더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상황에 따라 줄어들 수도 있지만 매출도 정체된 점은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을 선방한 것도 신사업보다는 비용절감에 맞춰졌고 이는 이번 화재 사건이 발생한 원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KT가 아현동 일대의 통신망을 통폐합하면서 장비를 모았지만 이에 맞춰 시설을 보완하지는 않은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화재 발생 자체는 불가피한 점도 있었다”며 “장비를 모아놨으면 그만한 안전 대책이 뒤따랐어야 하는데 통폐합으로 시설의 중요성은 높아졌지만 그에 맞는 관리는 없었다”고 밝혔다.

화재 사건 영향이 일회성에 그치면 오히려 다행이다. 27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지난 24일 KT 가입자는 전날 대비 828명 감소했다. 22일과 23일 각각 69명과 83명 증가하다가 하루 만에 극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화재 사건으로 인해 마케팅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5G 상용화를 앞두고 이미지 악화도 피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황창규 회장은 삼성전자 재직 시절 경험한 이윤 추구 경영 방식을 추구하고 통신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지난 정권에서 일어난 K-스포츠·미르재단 불법 출연금 등 이미 드러난 과오가 큰데 이번 화재 사건은 리더십 부족을 한층 더 입증해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shkim@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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