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금융권 CEO 경영전략㉟] 이석용 NH농협은행 은행장
[갑진년 금융권 CEO 경영전략㉟] 이석용 NH농협은행 은행장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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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대 배임 사고로 신뢰경영 '흠집'…내부통제 강화 숙제
상반기 슈퍼 앱 출시 등 경쟁력 확대 위해 디지털 전환 속도
이석용 NH농협은행 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이석용 NH농협은행 은행장. (사진=NH농협은행)

2024년 갑진년 한 해도 대한민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고금리 부담은 남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우려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을 필두로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고통 분담과 윤리 경영 강화 요구는 거세질 전망이다. 은행 등 모든 금융권이 실적 개선과 건전성 강화 그리고 내부통제 확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공통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에 눈앞에 쌓인 난제 해결을 위한 금융권 CEO의 경영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올해 취임 2년 차를 맞은 이석용 NH농협은행 은행장은 어깨가 무겁다. 

최근 100억원대 대형 배임 사고가 터지며 내부통제 시스템이 다시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리인하 전망으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상생금융, 홍콩 H지수 추종 주가연계증권(ELS) 배상까지 첩첩산중이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은행 당기순이익은 1조78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623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12.3%), KB국민은행(8.9%) 증가율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신한은행(0.7%), 우리은행(-13.0%)과 비교하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4분기 은행권 상생금융 일환으로 32만명 소상공인에 2148억원 이자 환급을 지원했다. 

아울러 지난해 선제적인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신용손실충당금전입액을 전년 대비 1조137억원 증가한 1조6843억원 규모로 쌓았다. 

그럼에도 지난해 은행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1.83%로 24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이 행장은 미래 경쟁력 강화와 지속 성장을 위한 디지털 전환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이 행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경쟁력 강화는 농협은행 미래가 달린 생존과제"라며 "'NH올원뱅크' 슈퍼플랫폼 도약과 데이터 활용 강화, 업무 프로세스 혁신, 디지털 핵심기술 내재화 4가지 핵심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우리가 주도하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상반기 농협은행은 NH올원뱅크를 금융 계열사 주요 기능을 통합한 슈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범시킨다.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 금융 계열사 주요 기능과 일상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생활금융 서비스를 통해 풀뱅킹(Full Banking)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복안이다. 

지난 1월에는 NH농협카드 통합 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업도 착수했다. 

올해 말까지 기존에 분리돼 있던 'NH농협카드'와 'NH페이(pay) 앱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통합하고 NH마이데이터를 연계해 통합지출분석 서비스를 신설하는 등 NH pay 범용성을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100억원대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며 이 행장의 '신뢰경영'에 대한 흠집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이달 5일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47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신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 배임 혐의를 받는 상황인데, 회사가 입은 실제 손실액은 정확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농협은행은 내부 자체 감사를 통해 배임을 발견해 해당 직원을 형사 고발했고 차후 인사위원회를 거쳐 징계할 방침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7일부터 NH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8일부터 NH투자증권에 대한 정기 검사를 시작했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부터 임직원 모두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자는 '3행(行) 3무(無) 실천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번 배임 사건으로 인해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도마에 오를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매년 자체 감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4년 가까운 기간 내부 직원 배임 의혹을 포착하지 못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따른 배상안 발표가 임박했고, 글로벌 금리 인하 전망까지 나오며 올해 실적 악화도 불가피해 취임 2년 차를 맞은 이석용 은행장에겐 2024년 갑진년은 지난해보다 험난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