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못 뽑고 공사 멈춰…서울 재건축 '시계 제로'
시공사 못 뽑고 공사 멈춰…서울 재건축 '시계 제로'
  • 서종규 기자
  • 승인 2024.02.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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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반포 등 강남권서도 유찰·사업 지연
전문가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에 악영향"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신아일보DB)
조합-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을 빚었던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신아일보DB)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에 찬 바람이 분다. 송파와 반포 등 강남권 주요 입지에서도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유찰되거나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외 주택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한 서울 특성상 정비사업 지연이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마감한 서울시 송파구 '송파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 건설사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가락삼익맨숀은 지난 1984년 12월 준공한 936가구 규모 아파트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30층 16개 동, 1531가구 규모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앞서 시공사 선정 현장 설명회에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금호건설, 동부건설, 효성중공업, HDC현대산업개발이 참여했지만 최종 입찰에는 어느 곳도 나서지 않았다.

유찰된 이유로는 공사비에 대한 이견이 꼽힌다.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조합은 작년 12월 고급 마감 자재 사용과 고급 브랜드 적용 등을 조건으로 3.3㎡당 공사비 809만원을 제시했다. 시공사는 더 높은 공사비를 원하지만 조합은 인근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공사비를 내세운 만큼 비용을 높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처음부터 공사비를 인근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책정했고 이에 대해 시공사들과 충분한 소통도 가졌다"며 "아무래도 공사비는 이 수준으로 그대로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이어지는 현장도 있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은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이견으로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신반포22차 재건축도 공사비를 결정하지 못해 답보 상태다.

전문가들은 자잿값 인상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재건축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낮게 책정해야 분양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시공사는 낮은 공사비에 수익성이 나지 않아 공사를 꺼리고 있다는 견해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MD상품비즈니스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분양가가 시세보다 높아서 벌어지는 현상으로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과열 경쟁을 하면서 입찰할 필요가 없다"며 "과거에는 출혈 경쟁이 많았지만 현재 상황에선 재건축 사업 지연이 지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 지연이 집값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서울은 정비사업 외 사실상 주택 공급 방안이 없어 재건축 지연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최근에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관련해 사업 시 자기자본 비율 확대 방안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사업이 지연되면 공급 물량은 급감할 수 있다"며 "몇 년 후에는 공급 부족으로 집값 불안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seojk052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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