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명화 전시회와 SNS 사진
[금요칼럼] 명화 전시회와 SNS 사진
  • 신아일보
  • 승인 2023.08.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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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희 그림책 작가

'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새로운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작가의 예술과 산업융합 △글로벌 환경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푸드테크 △취업혁신 △여성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매주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 뒤 폭염속에서도 전시회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특별전은 내셔널갤러리를 대표하는 보티첼리,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등 서양미술 거장들의 명화 52점이 국내 최초로 공개 명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르네상스 회화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상주의 회화까지, 15~20세기 초 유럽 회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그림책 작업을 하는 나에게는 그 시대의 그림들의 주제가 신에서 사람으로, 종교에서 우리의 일상으로 향하는 과정을 조명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매번 유명한 전시회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들의 예술에 대한 애정은 정말 남다른 것 같다. 관람 희망자들이 많다 보니 원하는 날짜 예약은 물론 어렵게 예약하고도 현장에 가보면 맛집의 줄처럼 장사진을 치고 있다. 런던에 가지 않고 원작을 보는 호사를 누리니 이 정도 기다림은 각오한 표정들이다.

문득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광장의 모서리에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다 느긋하게 바로 뒤편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 가서 명화들을 관람하는 그들의 여유로움이 생각난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이든 피츠 앤 제럴드 뮤지엄이든 보고싶은 만큼 여유롭게 등 떠밀리지 않고 볼 수 있다는 건 관람자에겐 축복이다.

영국의 국립미술관은 입장료가 무료다. 또한 피츠 앤 제럴드 뮤지엄 같은 곳은 소액의 기부금만 내면 입장이 가능해 부담이 없다. 게다가 종일 원하는 그림 밑에 주저앉아 그림을 보거나 스케치를 해도 무방하다. 가끔씩 어린이들이 단체로 와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정겹게 느껴진다. 우리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국가기관에서 개최하는 전시회는 기간을 늘려 좀 여유있게 관람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옥의 티는 하나 더 있다. 이번 전시도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염려해 포토 제한라인까지 그려 두었지만 사람들은 그 선을 침범하기 일쑤였다. 큰 그림을 감상하려면 일정 거리를 떨어져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마다 SNS용 사진을 찍기 위해 앞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태도는 SNS용 사진찍기의 목적으로 온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최근에 흥미롭게 본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셀러브리티'도 이런 '보여지는 삶'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다. SNS는 개인의 일상을 기록하는 목적이 있어 긍정적인 면도 많다. 하지만 최근 경쟁적인 보여주기식 SNS활동은 원래의 의도가 상실된 채 지나친 자기과시나 상업적인 목적만을 가진 게시물들의 범람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안타까울 뿐이다.

기대가 너무 커서 다소 불편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그래도 미술관에 가는 것은 늘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다. 서울올림픽 35주년을 기념해 소마미술관의 한국근현대미술전이 8월27일까지 열린다. 우리 미술사를 빛낸 이중섭·천경자·장욱진·김환기·박수근·권진규 작가들의 명작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 설레인다. 우리 작가들의 전시회에도 예약이 넘쳐나 긴 줄이 서게 되기를 기대한다. 카메라보다는 눈으로 천천히 관람하기를 부탁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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