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미국부담" vs 美 "재협상"… 사드비용 두고 '동상이몽'
韓 "미국부담" vs 美 "재협상"… 사드비용 두고 '동상이몽'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5.0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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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계 "두 얘기 다르지 않아… 일부분만 공개한 것"
방위비 '협상용' 발언 해석도… 트럼프 '거래의 기술'
▲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위)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사진=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폭탄 발언'과 관련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마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9일 밤(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통해 논란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통화를 마친 두 안보 책임자의 말이 '동상이몽'격으로 엇갈리면서 오히려 논란이 가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사드 비용 논란은 미국과 통화를 마친 김 안보실장이 30일 청와대 공식 성명을 발표하면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듯했다.

김 안보실장은 통화 직후 맥마스터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미국 국민의 여망을 염두에 두고 일반적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측은 한국이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의 SOFA(주한미군지위협정)을 재확인했다며 사드 비용을 미국이 부담하는 것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 전했다.

그러나 같은 날 맥마스터 보좌관은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실장의 전언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한국 측과 기존 협정을 지킬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그런 게 아니었다"고 부정하며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기존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말을 지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즉 기존 합의는 재협상을 하기 전까지 유효하다는 뜻으로 미국 대통령에 이어 안보수장 역시 사드 비용을 둘러싼 재협상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처럼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해당 사실을 부정하면서 사드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 부담에 관한 논란은 더욱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외교계에선 두 사람의 발언이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충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현역 군인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발언을 즉각 부정할 수 없어 재협상 카드를 내밀었고, 우리 정부는 민감한 안보 사안의 성격상 모든 대화를 공개할 수 없어 들끓는 국내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부분을 우선 공개해 오해가 생겼을 뿐 같은 내용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를 보면 반드시 사드 비용과 관련해 재협상을 진행 하겠다는 의미보단 이를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기 위한 '협상용'으로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전 본인의 저서 '거래의 기술'서 밝힌 '엄포→위기조성→협상서 실리 획득'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사업가'의 모습을 취임 이후에도 고수해왔다.

이런 공식을 적용하면 연말 시작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사드 비용 재협상' 문제를 위기조성 단계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