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직 사표… "지금 뭘해도 안될 것"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직 사표… "지금 뭘해도 안될 것"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4.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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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결의 대선 쟁점화 따른 학교 부담 감안한 듯
2007년 11월 16일 노무현에 보내는 손편지 공개
▲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밖으로 나가기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회고록을 통해 유력 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북한 인권결의안' 논란을 불러 일으킨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직에서 물러난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관계자는 24일 "이날 오전 송민순 총장이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송민순 총장이 학교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송민순 전 장관은 자신이 남북관계 관련 논쟁의 중심인물이 되면서 북한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북한대학원대학교가 받게 된 부담을 의식해 사직서를 낸 것으로 관측된다.

송민순 전 장관은 "내가 정치 논쟁의 한 복판에 들어가 있다"며 "이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닌데 총장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 학교도 정치적 의미와 연결되는 것 같다. 학교도 좋지 않고 저도 좋지 않은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송민순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당시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표결 입장을 정하면서 북한에 물었고 이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 후보가 지시했다는 내용을 서술했다.

이와 관련해 송민순 전 장관은 지난 2007년 11월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손편지를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북한대학원대학교에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을 만나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편지에는 '북한은 우리에게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는 보다 많은 접촉과 교류를 통해 북한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설득하는 데 애써왔습니다' 등 내용이 담겼다. 

특히 '참여정부의 흠을 잡는 데 혈안이 돼있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에게 좋은 공격 구실을 주는 것도 저로서는 가슴 답답한 일입니다'라고 적혀있다.

송민순 전 장관이 편지를 보냈다는 11월 16일은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주재 관저회의가 있었던 날이다. 

문재인 측은 이날 이미 기권 결정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며, 송민순 전 장관은 이후에도 정부내 논의가 이어져 20일 무렵에야 최종 결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민순 전 장관은 추가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공개할지에 대해 "지금은 제가 태양을 태양이라고 해도 낮에 뜬 달이라고 하고 넘어갈 상황"이라며 "제가 뭘 해도 안될 것이다. 추가 공개할 필요를 지금은 못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후보 측은 이날 송민순 전 장관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표가 수리되면 송 전 장관은 공식 직함이 없는 사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