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친박…속수무책 보수
폭주하는 친박…속수무책 보수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7.03.14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박 "우리 이대로 안 죽어… 대선도 적극 개입"
비박 "친박 막아줄 사람 어디 없소?"
▲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입도 뻥긋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던 친박계가 '삼성동 사저'에 진지를 구축한 채 최후의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친박계는 앞으로 있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정면 반발하는 한편, 보수진영 내 '박근혜 동정론' 확산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더 나아가 이번 대선에서 팔짱만 낀 채 바라만 보고 있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친박 "누구 마음대로 박근혜 지워?"

강성 친박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를 겨냥, "자신들이 모셨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었을 때 자기들이 죽든지, 이미 폐족이 되었어야 할 대상인데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고 대선주자로 나왔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 때 관료였던 사람들이 외교·안보·국방 모든 부분에서 손을 떼라고 겁박하고 있다"며 "점령군처럼 행사하는데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이런 적반하장인 모습에 대해 당이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 비박계를 향해선, "우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색깔을 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그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덧칠 할 필요도 없다"고 경고했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도 자신을 비롯한 친박계 8인방이 삼성동 사저에 '미니 청와대'를 구축했다는 비난여론에 정면 반박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했다고 모르는 척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처신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결혼도 하지 않아 함께 할 가족도 없다"며 "탄핵 당한 대통령이라고 해서 삼성동 자택에서 고립무원으로 홀로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혹독한 처사"라고 박근혜 동정론을 자극했다.

또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서 자원봉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런 순수한 마음들이었다"며 자신을 비롯한 '사저 8인방'의 정치활동을 '봉사활동'으로 규정했다.

친박계가 이처럼 목소리를 키우며 폭주하고 있지만 바른정당은 물론 한국당 내 비박계는 뾰족한 대응책 없이 속수무책 상태다. 

친박의 폭주를 제어할 대항마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보수진영 유력 주자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치적 기반 자체가 친박이다. 친박은 황 대행을 대선후보로 만들어 완전한 부활을 노리고 있다.

◇"친박 폭주 막을 구심점이 없다"…눈감는 비박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쫓겨나면 비박계 30명이 한국당을 깨고 나오는 등 보수진영의 헤게모니를 바른정당이 틀어쥐게 될 것이라던 희망은 처참하게 깨졌다.

한국당 내 비박계 구심점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저 정치'에 나선 친박계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하면서도 탈당할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나 의원은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본처가 이혼해주면 남편만 좋은 것 아니냐"며 "지금 보수가 어려워진 것은 사당화된 보수 정당이었기 때문에 잘못된 분들이 나가셔야지, 우리가 싫다고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당 내 비박계 상당수가 나 의원과 비슷한 입장이다.

구여권 관계자는 "신보수의 메카가 될 것이라던 바른정당이 정의당과 경쟁해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 됐는데 누가 난파선에 오르려 하겠냐"며 "일단 한국당에 있다가 대선 후 보수가 재편되는 날을 기다리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론에서 조직을 만들었다고 얘기하는데 제가 파악한 것으로는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귀환할 때 인사를 올리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친박 폭주에 사실상 눈을 감았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