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北연결고리 리정철 석방
‘김정남 암살’ 北연결고리 리정철 석방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3.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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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추방될 듯… 절차 거쳐 쿠알라룸푸르 공항서 출국예정

▲ 경찰서로 연행되는 리정철.(사진=우투산 멜라유 베르하드/연합뉴스)
김정남 암살 용의자 중 북한의 연결고리로 유일하게 신병을 확보한 북한 국적 리정철(46)이 3일 석방됐다.

리정철은 이날 오전 8시 50분께(현지시간) 수감된 현지 세팡경찰서에서 풀려났다.

리정철은 호송용 경찰 세단을 타고 경찰 오토바이와 순찰차 등의 호위를 받으며 경찰서를 떠났다.

그는 말레이시아 이민국에서 최종 추방 절차를 밟은 뒤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이동해 항공기 편으로 중국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리정철은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정남이 암살된 것과 관련해 북한 국적 용의자들 중 유일하게 검거됐다.

하지만 모하메드 아판디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은 2일 “암살사건에서 그의 역할을 확인할 충분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유효한 여행 서류가 있지 않은 그를 석방한 뒤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리정철이 북한으로 도주한 용의자들에게 차량을 제공하는 등 범행을 지원한 정황을 포착했다.

그러나 그가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데다 물증 확보에도 실패하자 검찰은 기소를 포기했다.

리정철이 약학과 화학 전문가로 알려졌지만 김정남 암살에 쓰인 독극물과의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말레이 당국은 리정철이 현지 건강식품업체에 위장 취업한 점을 문제 삼아 이민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추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철의 추방으로 이번 사건의 북한 배후설을 밝히는 데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의 주요 용의자 또는 연루자로 지목된 8명의 북한 국적자 중 리지현(33), 홍송학(34), 오종길(55), 리재남(57) 등 4명이 사건 당일 출국해 이미 평양으로 도피했다.

또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 리지우(일명 제임스, 30) 등은 아직 신병확보도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현광성은 면책특권을 가진 외교관 신분으로 사실상 말레이 당국이 조사할 수 없다.

지난달 25일 말레이 경찰은 외교부를 통해 북한대사관에 현광성 등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 협조를 공식 요청했지만 북한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법처리는 2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5)이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지난 1일 재판에 넘겨졌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