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文-安 전쟁… 민주 경선은 흥행 조짐
격화되는 文-安 전쟁… 민주 경선은 흥행 조짐
  • 김동현 기자
  • 승인 2017.02.2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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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측 "안희정 상승세 서둘러 꺾어야" 집단 공세
안희정측 "문재인, '북한 발언'에 그렇게 당해놓고선"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후보를 가르는 문재인, 안희정, '문안(文安) 대권 전쟁'이 본격 개막됐다.

설 직후만 하더라도 문재인 전 대표의 원맨쇼로 끝날 것 같던 민주당  경선 구도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 급등으로 판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3~6%(한국갤럽 기준)에 그치던 안 지사의 지지율은 이달 들어 3주간 수직 상승, 마의 20% 벽 마저 돌파하며 문재인 전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안 지사가 10%대 지지율에 진입하던 지난 10일만 하더라도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세에 "아주 기쁘다"고 반겼다.

그러나 안 지사가 20%대까지 올라서자 문 전 대표 진영은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 논란에 문 전 대표측 인사들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도 안 지사의 상승세를 꺾기 위한 단도리 차원에서다.

특히 문재인 캠프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안희정 비판'에 나서면서 캠프 차원의 조직적인 공세라는 해석을 낳고있다.

문재인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송영길 의원은 21일 평화방송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은 결코 선한 의지가 아닌 범죄행위"라고 안 지사를 비판했다.

캠프에서 홍보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손혜원 의원도 트위터에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속담을 올려 안 지사에 대한 맹공에 가세했다.

친문 진성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미 명백히 드러나고 확인된 의도까지 선의로 간주하는 것은 우매하거나 무감각한 것"이라고 안 지사를 원색 비판했다.

이밖에 김대중 전 대통령 3남인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 분은 극악무도한 자들에게도 자비를 베푸는 '성인군자'를 국민이 찾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안 지사 비판에 가세했다.

문 전 대표측 한 인사는 "중도층 마케팅으로 지지율에 재미를 본 안 지사가 우리층 지지자들의 역린을 건드리는 '오버'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 본인 역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그는 지난 20일 "안 지사가 선의로 한 말이라고 믿는다"면서도 "다만 안 지사의 말 속에 분노가 담겨있지 않다"고 일갈했다.

안 지사도 "진위가 왜곡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면서도, '분노가 없다'는 문 전 대표의 지적에 대해선 "지도자의 분노는 피바람을 일으킨다"며 정면 대응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21일 안 지사의 '피바람' 언급에 "지금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이라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는가"라고 재반박했다.

두사람의 설전이 확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때아닌 '선의 논쟁'을 놓고 일각에서는 안 지사의 계산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지금 당장은 친문계로 부터 십자포화를 두들겨 맞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친문 진영의 폐쇄적 단면이 더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것이다.

안 지사가 야권 안팎에서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물러서지 않은 것도 이런 속내가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비문 진영의 한 인사는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북한부터 가겠다'고 한 발언을 놓고 보수진영에서 앞뒤 맥락 다 자르고 색깔론으로 공세를 퍼붓지 않았느냐"며 "자기들이 그렇게 당해놓고도 같은 집안 사람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칼질을 하는게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안 지사는 논란이 계속되자 "정치를 대하는 저의 태도는 어떤 분의 말씀도 액면가로 선의로 받아들여야 대화도 문제 해결도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지만, 그것이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건 아무래도 많은 국민께 다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제 예가 적절치 못했다"며 일단 사과했다.

한편 민주당 내부에서는 두 사람의 감정 싸움이 격화될 수록 경선 흥행에 나쁠 게 없다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의 독주 체제가 계속될 때만 하더라도 민주당 경선이 '문재인 대관식'에 그칠 것이라며 김빠진 경선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안희정의 급부상과 함께 민주당 경선은 점점 더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박근혜 지지모임인 '박사모' 등 보수진영 지지자들조차 민주당 대선 경선에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본선에서 상대하기 쉬운 민주당 후보를 뽑으려는 '역선택'이 그 목적이지만, 그만큼 민주당 경선이 이번 대선의 8부 능선을 결정하는 이벤트 라는 사실을 보수층도 인정한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과거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맞붙었을 때 진보진영 지지자들의 반응이 이와 비슷했다.

어차피 진보진영 자력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힘드니 본선에서 상대하기 쉬운 한나라당 후보를 뽑자는 논리였다.

2017년 대선에서 10년전 한나라당 경선 때와 비슷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물론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과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의 바른정당이 제3지대 이합집산을 통한 막판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지만, 현재까지는 정치공학적 상상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아일보] 김동현 기자 abcp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