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정철, 김정남 암살 혐의 전면 부인하며 석방 요구"
"北리정철, 김정남 암살 혐의 전면 부인하며 석방 요구"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2.2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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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중문매체 '중국보' 보도… 경찰 수사 난항 전망
"암살 수법 '자연사망'으로 보이게 해… 국가기관 소행"

▲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국적자 리정철(46)이 18일 오후(현지시간) 조사를 받기 위해 말레이시아 경찰에 의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세팡경찰서로 연행되고 있다.(사진=우투산 멜라유 베르하드/연합뉴스)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리정철이 범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말레이시아 중국어 매체인 '중국보'가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7일 체포된 리정철은 경찰에서 "사건 당일 공항에 가지도 않았고 암살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김정남을 죽이지 않았다"고 무고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앞서 체포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용의자들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리정철은 사건 당일 공항에도 가지 않았고 공항 CCTV 화면에 나온 4명의 용의자 중에도 자신은 없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며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고 중국보는 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도 CCTV에 등장하는 남성 4명 가운데 리정철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리정철의 주변을 탐문하며 그가 통상적으로 접촉했던 사람, 통화 기록, 출입국 기록, 근무 일지, 가정상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리정철의 집과 직장에서 어떤 직접적인 증거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범행 직후 말레이시아를 떠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이미 평양으로 돌아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보는 또 유명 군사평론가인 핑커푸를 인용해 김정남의 시신에 아무런 독극물 성분이 남아있지 않아 재부검에서도 어떤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암살 수법이 과거 소련의 KGB 방식과 유사하며, 강력한 심장 쇠약을 초래해 외관상으로는 심장 발작에 의한 '자연사망'으로 보이도록 하는 기법이라는 설명이다.

핑커푸는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해 김일성 일가의 심장병 병력까지 살펴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며 "이런 독극물은 고도의 제조기술을 필요로 해 국가기관의 소행으로 보는 게 무방하다"고 강조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 경찰은 지난 17일 밤 밤 셀랑고르 주에서 북한 신분증을 소지한 리정철을 전격 체포했다. 경찰은 그가 용의자의 도주를 위한 운전과 망보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리정철은 북한에서 대학 시절 약학과를 다닌 뒤 지난 2000년 졸업 후 인도의 한 대학으로 유학을 가 화학을 전공했다. 말레이시아에 해외 파견 근로자로 와서는 제약업체에 취업한 뒤, 북한대사관과 접촉을 해온 혐의도 드러났다.

앞서 말레이 경찰은 리정철 외에 리지현(33)·홍송학(34)·오종길(55)·리재남(57) 등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추가로 쫓고 있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