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 최순실, 적극 혐의 부인… "증거 있냐? 억울하다"
'뻔뻔' 최순실, 적극 혐의 부인… "증거 있냐? 억울하다"
  • 조재형 기자
  • 승인 2017.01.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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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 일관하다 언성 높이며 공격적 답변
사실관계 인정 때에는 애매모호한 표현 써
"검찰·특검 강압적 수사" 불만 토로하기도
▲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씨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5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인 최순실(61)씨는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나치게 오만한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반성의 기미는 찾을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불쾌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16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최순실씨는 국회 탄핵 소추위원단 측 변호인의 "청와대에 출입한 적 있느냐"는 첫 질문에 "출입한 적 있다"고 답해 순간 진실을 밝힐지 기대감을 품게 했다.

하지만 최씨는 이후 자신의 정부 인사개입·재단설립 관여 등을 추궁하는 내내 시종일관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 억울하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질문의 강도가 높아질 땐 질문을 끊고 언성을 높이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최씨는 청와대 출입의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을 도우러 갔다"고 말했고, 개인적인 일이라는 게 무엇이냐고 국회 측 변호인이 재차 묻자 "사생활이라 말하기 곤란하다"는 황당한 논리를 폈다.

"대통령 취임 전부터 정부 문화체육사업이라든가, 딸인 정유라씨 승마 지원과 관련해 어떤 이권이나 특혜를 염두해두고 개입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전 어떤 이권을 챙긴 적도 없고, 논리의 비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최씨는 K 스포츠재단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지원 상황을 묻자 "문체부 일을 왜 저한테 물어보느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는 되려 "제가 직접 참여(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어떤 이권에 개입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보시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과 '문화 융성'에 대해 논의한 녹취록을 국회 측이 제시하며 "기억하느냐"고 물을 땐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의도적인 질문 같다. 제가 무슨 대통령과 상의를 해서 국정을 이끌어가느냐"고 맞섰다.

국회 측이 "그렇게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는 "저는 정말 억울하다"며 입을 닫아버렸다.

또 "대통령이 두 재단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해달라고 지시했느냐"는 말에 "저는 검찰 신문을 받는 게 아니므로 유도 신문은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고,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과거 직책에 대한 답변에선 "하∼"하고 마이크에 한숨을 내뱉었다.

최씨는 대리인단이 자신의 최측근 고영태씨의 검찰 진술을 바탕으로 계속해 추궁하자 "고영태 진술에는 신빙성이 없고 이미 계획된 걸로 보인다. 고영태 얘기에 내가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아예 거부했다.

최씨는 모호한 대답을 던진 후 국회 측 변호인이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다그치면 도리어 "질문을 확실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사건 5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 연설문 등을 받아 수정하거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연설문은 감정 부분만 다뤘고,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KD코퍼레이션 등 자신의 딸 정유라씨의 친구 부친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를 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박대통령은)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사실을 인정하는 답변에는 확실하게 말하기보다 주로 "그런 것 같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다.

일례로 "대통령에게 정유라씨가 승마선수라는 것 말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 "말한 적은 없지만 알고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날 검찰과 특검이 강압수사를 한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상 검찰·특검 수사에서 작성한 조서의 성립이나 효력을 부인해 혐의를 전면 부인한 셈이다.

최씨는 검찰의 신문조서를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검찰과 특검이 너무 강압적이고 압박적이라 거의 죽을 지경이다"라며 "너무 압박과 강압 수사를 받아서 특검도 못 나가고 있다. (신문조서를) 저한테 보여주셔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제가 그날(지난해 10월 30일) 독일에서 오자마자 정신없이 (신문을) 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것이라 인정하지 않는다"며 검찰의 신문조서가 적법하게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소추위원단이 조서에 변호인과 함께 확인하고 읽었다는 도장이 찍혀있다고 반문하자 "새벽 1시 35분인데 얼마나 피곤하고 쓰러질 지경이었는지 아느냐. (열림시간 40분 동안) 거의 뻗어 있었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검찰의 강압에 의해 신문조서에 동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형사재판 중인데 그걸 갖고 물어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최씨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핵심인 소추사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맥락과 연결된다.

[신아일보] 조재형 기자 grind@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