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상장 무리수였을까…시험대 오른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와인 상장 무리수였을까…시험대 오른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4.03.0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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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와인 1호 상장사' 타이틀 불구 매출·수익성 급감 '역성장'
와인시장 정체 속 '위스키' 사업 편입 승부수 띄웠지만 타이밍 '난감'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사진=나라셀라]
마승철 나라셀라 회장. [사진=나라셀라]

와인 수입사 나라셀라가 지난해 ‘국내 와인 1호 상장사’ 타이틀을 얻었음에도 성장세는 꺾인 모습을 보였다. 작년 상장 때만 해도 직전 대비 16% 높인 연매출 1200억원 이상을 기대했지만 매출은 전년보다 20%가량 줄고 영업이익은 98% 급락하는 민망한 성적표를 받았다. 

나라셀라는 내년에 ‘연매출 250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와인시장 정체 속에 오너 마승철 회장이 실적 부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나라셀라의 2023년 매출액(잠정치)은 853억원, 영업이익은 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20.4%, 98.4% 급감했다. 또 1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나라셀라는 신세계L&B,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와 함께 국내 와인 수입사 ‘빅4’로 꼽힌다. 1990년 설립 이래 베스트셀러 ‘몬테스 알파(칠레)’를 포함해 전 세계 120여 브랜드, 약 1000종의 와인 공급권을 갖고 있다. 거래 중인 와이너리도 120개를 웃돈다. 글로벌 주류기업 디아지오코리아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을 역임한 마 회장이 2015년 12월 나라셀라를 인수하면서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첫 코스닥 입성…시장점유율은 하락세
나라셀라는 지난해 6월 국내 와인업계에선 처음으로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주목 받았다. 다양한 와인 포트폴리오를 강점으로 내세운 나라셀라의 상장은 최근 들어 위스키 등에 밀리며 상대적으로 정체된 국내 와인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가 컸다. 

나라셀라는 상장 당시 공모자금을 종잣돈 삼아 와인 제품군 및 판매채널 확대, 자체 리테일샵 강화, 와인복합문화공간 조성 등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 회장은 이를 토대로 7년 내 시총 1조원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상장한 지난해 매출 목표치는 전년과 비교해 16% 높인 1243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나라셀라는 상장 이후 그 해 반기(2023년 1·2분기 합산) 실적을 공시했는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6%, 80% 줄었다. 마 회장은 ‘와인픽스’를 비롯한 직판 채널 등 유통구조 개선에 힘쓰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이 회사 3분기 누계 매출액은 644억원,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7.8%, 83.1%로 감소 폭은 더 커졌다. 

나라셀라의 오프라인 매장 '와인픽스' 이케아 광명점. [사진=나라셀라]
나라셀라의 오프라인 매장 '와인픽스' 이케아 광명점. [사진=나라셀라]

와인시장 점유율도 떨어졌다. 나라셀라의 2023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점유율은 10.9%로 2022년 11.4%와 비교해 0.5%p 낮아졌다. 시장점유율은 국내 전체 와인 수입액에서 나라셀라 매입액 비중을 구해 추정한 수치다. 

◇내년 연매출 2500억, 영업익 250억 '안갯속'
나라셀라의 지난해 6월 2일 상장 당시 공모가는 2만원, 종가는 1만7500원이었다. 9개월가량 지난 이달 5일 나라셀라 종가는 5230원, 시가총액은 674억원이다. 상장 당시만 해도 자신감 넘쳤던 나라셀라지만 현 시점에서 실적과 기업가치 모두 아쉬움이 크다. 

나라셀라 측은 작년 실적 하락에 대해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경기침체, 홈술 감소에 따른 국내 와인시장 수요 감소로 매출이 줄었다”며 “와인 수요 감소에 따른 판가 하락 및 환율 상승으로 이익률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나라셀라는 상장 전까지는 성장을 거듭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 매출 469억원에서 2022년 1072억원으로 몸집을 꾸준히 키웠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6억원에서 120억원으로 확대됐다. 2022년 기준 영업이익률 11.2%의 업계 ‘알짜’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같은 해 나머지 빅3의 수익성을 살펴보면 신세계L&B 5.6%(매출액 2064억원·영업이익 116억원), 금양인터내셔날 13.2%(1414억원·187억원), 아영FBC 6.6%(1242억원·82억원)다. 

나라셀라는 상장과 함께 ‘2025년 연매출 250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작년 실적과 비교하면 2년 만에 매출은 3배 이상, 영업이익은 125배 달성해야 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내 와인시장은 정체기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와인 수입량은 5만6542t으로 2022년 7만1020t과 비교해 20%가량 줄었다. 2021년 7만6575t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수입액 또한 2021년 5억5981만달러(약 7450억원), 2022년 5억8128만달러(7736억원)에서 지난해 5억602만달러(6734억원)로 줄어드는 추세다. 

나라셀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도 경기침체 우려가 높은 만큼 와인시장은 작년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구대륙 와인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소매채널 비중 및 가격경쟁력 제고, 물류 배송 효율화를 위한 MFC(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의 단계적 구축 등으로 와인사업 활성화와 수익성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위스키 수입 줄고 경쟁사 손 떼는 상황 
마 회장 입장에선 와인시장 정체가 고민일 수밖에 없다. 작년 말 독립법인 나라스피릿의 위스키 사업을 나라셀라로 편입한데 이어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스타 스테판 커리를 앞세운 미국 나파밸리의 프리미엄 버번위스키 ‘젠틀맨스 컷’ 독점 수입에 나선 건 와인에 치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함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마 회장은 위스키 사업 편입과 관련해 “나라셀라의 영업력과 시너지를 일으켜 본격적인 위스키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나라셀라는 미국 NBA 스타 '스테판 커리'를 앞세운 프리미엄 버번 위스키 '젠틀맨스 컷'을 국내 독점 수입한다. [사진=나라셀라]
나라셀라는 미국 NBA 스타 '스테판 커리'를 앞세운 프리미엄 버번 위스키 '젠틀맨스 컷'을 국내 독점 수입한다. [사진=나라셀라]

다만 일각에선 향후 위스키 시장이 이전만 못할 것이라 타이밍이 아쉽다는 시각도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국내 위스키 수입액을 살펴보면 2020년 1억3246만달러(1763억원), 2021년 1억7534만달러(2333억원), 2022년 2억6684만달러(3551억원)로 늘다가 작년에 2억5957만달러(3454억원)로 감소했다. 수입량은 지난해 3만586t으로 최고치를 찍었으나 올 1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27.4% 줄어든 2031t에 그치면서 하락세로 전환됐다. 

경쟁사들도 위스키 사업 축소에 나선 상황이다. 신세계L&B는 작년 말 전담 조직 해체와 함께 위스키 신사업을 잠정 중단했고 롯데칠성음료는 제주에 위스키 증류소 건립을 위한 부지를 물색했으나 일단 연기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니워커’로 유명한 디아지오코리아는 인기 브랜드 ‘윈저’ 매각은 물론 10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위스키업계 한 관계자는 “주 소비층인 MZ세대의 위스키 관심이 이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올해가 그 기점이 될 것 같은데 위스키 사업을 지금에서야 본격화하는 건 약간 무리이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