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시장 화재현장 함께 방문… 韓, 일정 조정해 서천행
전용열차로 함께 상경… '총선 앞 확전 막아야' 의지 반영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3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현장에서 조우했다.
두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마주한 건 지난 3일 신년 인사회 이후 20일 만이다. 아울러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언급하면서 '사천'(私薦) 논란이 발생한 지 엿새만이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날 외부 공식 일정이 없었으나,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직접 현장을 찾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 본관부터 의원회관, 중앙당사 등 당 사무처를 순방할 예정이었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일정을 취소한 뒤 서천특화시장을 긴급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한 위원장은 허리를 90도에 가깝게 깊이 숙여 인사한 뒤 웃으며 윤 대통령을 맞이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어깨를 툭 치는 등 친근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어 지역 소방본부장으로부터 화재 진압 상황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보고 중 직접 몇 가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한 발자국 뒤에 떨어져 보고를 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장 방문에서 상인들을 위로하고 화재 진압을 위해 고생한 소방관들을 격려했다. 주민들의 특별재난지역선포 요청에는 "특별재난지역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고 혹시 어려울 경우에도 이에 준해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현장 점검을 마치고 전용열차로 함께 상경했다. 윤 대통령이 먼저 한 위원장에게 전용열차에 타자고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함께 이동하며 최근 현안 등에 대해 속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의 리스크 대응 문제다.
국민의힘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과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거론하고, 한 위원장 역시 "국민들이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 등 발언을 연일 내놓으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또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언급한 것을 두고 부정적인 입장인 윤 대통령이 이관섭 비서실장을 통해 사퇴 요구까지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한 위원장이 공식으로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날 두 사람의 조우는 총선이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확전'은 막아야한다는 양측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의 쟁점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있다.
당 안팎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을 놓고 여전히 이견차가 크고, 한 위원장의 '사천' 논란이 벌어진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도 있어 당분간 당 내부 혼돈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
저작권자 © 신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