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기 신도시 특별법' 가시화…시장 과열 주의
[기자수첩] '1기 신도시 특별법' 가시화…시장 과열 주의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11.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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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 모두 한목소리를 내면서 '노후 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이하 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통과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다. 노후 계획도시 재정비를 위해 조성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에 대해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면제, 완화하고 용적률을 높이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조성된 지 30년이 지난 분당과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주거 환경을 정비하고 주택 10만 호 공급 기반을 닦는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야당의 반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던 1기 신도시 특별법 논의는 최근 야당의 태도 변화에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 13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특별법을 연내 통과시킬 수 있도록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고 이튿날인 1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늦었지만 어제 야당도 특별법 제정에 동의한 만큼 국민 삶과 직결된 법안이 연내에 꼭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에 적극적인 논의를 부탁드리겠다"며 힘을 실었다. 같은 날 여당도 연내 통과에 가속도가 붙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처럼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 들면서 특별법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별법을 적용받는 지역으로는 1기 신도시 5곳을 포함해 서울 목동과 상계, 부산 해운대, 대전 둔산 등 51곳이 꼽힌다. 

물론 특별법이 통과된다고 해서 바로 대대적인 사업 추진을 시작하는 건 아니다. 정부는 체계적인 재정비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짠 후 선도지구 지정 등 순차적인 재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개발 호재가 당장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 자료를 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국회 이전' 이슈가 있던 2020년에 42.37% 급등한 바 있다. 집값 상승기와 맞물렸지만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7.62%와 비교해 6배가량 더 오름폭이 컸다. 상승 폭이 컸던 만큼 하락기에는 골도 더 깊었다. 세종시 아파트값은 작년 한 해 16.74% 내리며 전국에서 가장 빠른 내림세를 보였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앞으로의 공은 소관부서인 국토교통부로 넘어간다. 국토부는 내년 중으로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꾸릴 예정이다. 특별법을 기다려 온 1기 신도시 주민들을 생각하면 마음 급해질 수 있겠지만 주택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별법이 영향을 미치는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과열을 막고 시장 자극을 최소화할 '차가운 머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