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자녀 특공 확대…'희망 고문' 되지 말아야
[기자수첩] 다자녀 특공 확대…'희망 고문' 되지 말아야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08.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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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는 11월부터 공공분양주택 다자녀 특별공급 대상을 기존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는 역대 최저치를 지속해서 경신 중인 출산율을 높이려는 조치 중 하나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9년 1명 아래로 떨어진 이후 하락을 거듭하며 작년 0.78명(잠정)까지 내려앉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자녀 지원 정책상 다자녀 기준을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다자녀 특공 대상 확대 역시 주거 부담 경감을 통해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다. 

주변과 비교해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공공분양주택은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 지난 2월 진행한 뉴:홈(윤석열 정부 공공분양주택 명칭) 첫 번째 사전청약 결과 일반공급 평균 경쟁률은 28.3대1에 달했다. 특히 고양창릉 S3블록 전용면적 84㎡는 82.4대1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기존 3자녀 이상 가구에 줬던 사회·경제적 혜택을 2자녀 이상 가구에도 부여해 양육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책 방향성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다만 실효성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다자녀 특공 대상 확대가 경쟁률만 높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공분양주택 공급 물량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신청 대상만 늘렸기 때문이다. 또 3자녀 이상 가구와 자녀 수 배점 차가 10점 이상 차이 나는 상황에서 2자녀 가구가 얼마나 청약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이처럼 제한된 물량 내에서, 또 차이 나는 조건에서 2자녀 가구가 실질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기보다는 허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결국 희망이 아닌 희망 고문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법은 결국 공급 물량 확대다. 공공분양주택 공급 물량과 다자녀 특공 물량을 확대해 모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현재 공공분양주택 인허가·착공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 정부가 임기 중 공급하겠다고 밝힌 50만 호 공급계획을 다시금 살펴야 한다. 이를 통해 연도·지역별로 구체적인 공급계획을 발표해 국민들이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다자녀 특공 대상 확대 등을 통해 정부의 다자녀 정책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앞으로 정부가 이런 기조를 갖고 다자녀 정책을 펼친다는 선언적인 역할은 충분히 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이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자녀 양육 가구에 희망 고문이 아닌 제대로 된 희망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공분양주택 물량 공급이 뒤따라야 한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