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GTX가 만들 미래
[기자수첩] GTX가 만들 미래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4.01.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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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기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추진한다. 1기 A·B·C노선을 연장하고 D·E·F 3개 노선을 새로 만든다. A노선은 경기 평택시까지, B노선은 경기 가평군을 지나 강원 춘천시까지, C노선은 평택시를 지나 충남 천안·아산시까지, D노선은 강원 원주시까지 간다. 그렇게 서울까지 수도권 30분, 충청·강원 1시간의 '초연결 광역경제생활권'을 실현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아침도 없는 삶이라는 말에 정신을 바싹 차린다"며 "출퇴근의 질이 바로 우리 삶의 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거와 교통은 바로 한 몸이나 다름없다"며 당장 올해부터 본격적인 GTX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럼 앞으로 GTX가 만들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GTX의 목적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GTX는 서울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지하 대심도를 고속으로 달려 시간적·심리적 거리를 줄인다. 즉 이를 통해 서울로 출퇴근 가능한 수도권이 경기도를 넘어 더 넓어지는 셈이다. 

서울과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수도권 도시들은 인구는 많지만 대부분 베드타운화했다. 자급 도시가 아닌 서울의 배후 주거지 역할에 머무는 거다. 한창 시끄러웠던 메가 서울도 이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다. 메가 서울 논의가 활발했던 지역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 베드타운이다.

앞으로 더 길어지고 많아질 GTX는 수도권 집중·과밀을 해소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접근성을 높여 출퇴근 시간이 줄어드니 원주와 춘천, 천안, 아산 등 현재 경기도 외 지역으로 수도권역이 더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수도권 확장은 지역 균형 발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 소멸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GTX가 닿는 지역은 수도권 인구 유입으로 도시 규모를 키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곧 서울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사실상 수도권역이 더 넓어지면서 현재 수도권 내 과밀 현상은 줄겠지만 늘어난 수도권역으로의 집중은 더욱 심해지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수도권으로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는 빨대효과도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수도권역 외 지방 소멸은 더욱 가속한다. 

GTX는 그간 서울과 물리적으로 멀었던 곳들에 분명 새로운 기회와 발전을 가져올 테다. 그러나 그 발전은 서울과 시간적 거리감이 줄어든 일부 지역에 집중되는 만큼 수도권역과 지방 간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조금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