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층간소음' 이번엔 잡을 수 있나
[기자수첩] '층간소음' 이번엔 잡을 수 있나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3.12.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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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1일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주택을 짓는 건설사들에 층간소음을 잡지 못하면 준공 불허라는 고강도 페널티를 준다는 게 골자다.

그간 건설 중인 공동주택이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보완 조치가 권고사항에 불과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대책에는 소음 기준에 충족할 때까지 보완 시공을 의무화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층간소음 샘플 검사 세대 수도 현재 2%에서 5%로 확대해 품질관리를 강화한다.

일단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공을 건설사로 넘긴 모습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층간소음 해소 방안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는 새로운 기준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현행 기준을 잘 지키도록 하는 방안"이라며 "이미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건설사라면 이에 따른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을 넘겨받은 건설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사회적 문제인 층간소음을 해소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추가 비용 등 책임을 일임한 것을 두고 불편한 내색을 드러냈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슬라브나 벽체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투입되는 자재량 증가에 따른 공사비 상승 등이 부담 요인인데 이에 대한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도 기존 업계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사업자 입장에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손실을 줄여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반영돼야만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시민단체는 모든 세대를 전수조사해 동호수마다 층간소음을 표시하는 고강도 대책이 아니고는 층간 소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샘플 조사만으로는 제대로 된 층간소음 측정검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은 2019년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도 확인됐다며 샘플 세대를 늘리지 않고는 이번 대책 역시 포장에 불과한 공허한 대책일 뿐이라고 했다. 

이번 층간소음 대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혁신 방안'과 함께 곧 자리를 떠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표 마지막 정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층간소음 대책을 제대로 지키기만 한다면 층간소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정부, 전수 조사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민단체, 취지에 공감하지만 추가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건설업계 주장이 얽힌 가운데 원 장관의 마지막 수가 층간소음 문제를 종식시킬 수 있을지는 두고 보고 평가할 일이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