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동 "2026년 농기계 무인화"…'솔루션 농업' 전환
[현장] 대동 "2026년 농기계 무인화"…'솔루션 농업' 전환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10.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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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없이 자율작업 트랙터·콤바인·이앙기 풀라인업 구축
'최소 자원·최대 수확' 논농사 스마트화, 정밀농업 속도
자율주행 3단계 인증을 받은 대동의 자율작업 콤바인 ‘DH6135’ 시연. [사진=박성은 기자]
자율주행 3단계 인증을 받은 대동의 자율작업 콤바인 ‘DH6135’ 시연. [사진=박성은 기자]

국내 최대 농기계 메이커 대동이 2026년부터 ‘농기계 무인화’를 목표로 사람 없이도 농작업이 가능한 농기계 개발에 속도를 낸다. 또한 수도작(벼농사)을 시작으로 미래 먹거리인 ‘정밀농업’을 본격화한다. 농기계 중심에서 ‘솔루션 농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미래농업을 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대동은 최근 자율주행 3단계에 해당하는 트랙터와 콤바인, 1단계의 이앙기 등 자율작업 농기계 풀라인업을 구축한 가운데 25일 충청남도 당진 대호지면 일대에서 제품 시연회를 가졌다. 

국내의 농기계 자율주행 기술단계는 0~4까지 총 5단계로 구분된다. 0단계는 ‘원격제어-리모트컨트롤 이용 제어’, 1단계 ‘자동조향-자동 직진 조향’, 2단계 ‘자율주행-자동 경로생성’, 3단계 ‘자율작업-경로생성 및 작업기 제어’, 4단계 ‘무인자율작업-무인 완전 자율주행 및 작업’이다. 

◇자율주행 '레벨3' 트랙터·콤바인 시연…노동력 절감 '효과'
대동은 최근 3년간 직진자율주행이 가능한 이앙기 ‘DRP 시리즈’를 필두로 자율작업을 할 수 있는 트랙터 ‘HX1400’, 콤바인 ‘DH6135’를 잇달아 출시했다. 이들 모두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자율작업 농기계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나영중 대동 AI(인공지능)플랫폼추진단장(상무)은 시연회에서 “오늘은 미래농업 비전을 보여주는 뜻 깊은 날”이라며 “자율작업 농기계로 세계시장에 도전하면서 한국농업이 앞으로 가야할 새로운 길을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동은 이날 자율주행 1단계의 이앙기와 자율작업 3단계에 해당하는 트랙터, 콤바인을 모두 선보였다. 이앙기는 직진자율주행을 비롯한 다양한 전자동 기능을 탑재했다. 처음에 한 번으로 직진 자동 레버를 조작해서 직진 자동 구간을 등록하면 해당 구간 내에서 이앙기가 자동 직진하면서 작업자는 별다른 조작 없이도 모를 심을 수 있다. 기존 이앙(모내기) 작업은 기존 모판 운반자 1인과 이앙기 운전자 1인 등 2인 1조로 해왔다. 이제는 이앙을 혼자서도 할 수 있어 ‘1인 이앙’ 시대가 됐다. 

대동 관계자는 “작업자 입장에선 피로감이 줄고 노동력을 아낄 수 있다”며 “농사를 짓지 않는 일반인도 손쉽게 운전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3단계 인증을 받은 대동의 자율작업 트랙터 HX1400 시연. [사진=박성은 기자]
자율주행 3단계 인증을 받은 대동의 자율작업 트랙터 HX1400 시연. [사진=박성은 기자]
직진자율주행이 가능한 대동의 DRP 이앙기 시연. [사진=대동]
직진자율주행이 가능한 대동의 DRP 이앙기 시연. [사진=대동]

142마력의 대형 자율작업 트랙터 HX1400은 최근 판매를 시작한 기종이다. 최초 1회로 경작지를 한 바퀴 돌아 4개의 외곽 포인트를 정하고 시작 위치와 회전 방법을 선택하면 자율작업 코스가 자동 생성되면서 작업을 하게 된다. 자율주행 중에 핸들 및 브레이크 조작이 감지될 시에는 정시 상태로 전환돼 작업자 안전도 고려했다. 

작업 농지 형태는 일반적인 사각 외에도 오각, 육각 모두 가능하다. 시연 현장에선 작업자가 자율주행 모드를 통해 두 손을 들거나 뒷짐을 져도 트랙터가 ‘알아서’ 지정된 구간을 작업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어 보였다.  
  
이달 베일을 벗은 자율작업 콤바인 DH6135는 자동으로 수확 경로를 생성·추정해 별도 조작 없이도 벼를 수확할 수 있다. 초정밀 자율주행의 필수인 RTK(Real-Time Kinematic)를 이중화해 위치정보 수신 불안정 없이 24시간 내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정지 상태에서 위치 정밀도는 2센티미터(㎝) 이내, 작업 경로 추종 시 최대 오차 7㎝ 이내다. 자율작업 속도는 저속, 중속, 고속 3단계로 조정 가능하다. 

대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6년부터는 자율주행 마지막 단계이자 사람 없이도 농작업이 가능한 ‘농기계 무인화’를 목표로 삼았다.    

◇내년 대농·영농법인농 대상 정밀농업 검증
정밀농업은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비료, 물, 노동력 등 투입 자원은 최소화하면서도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미래농업 기술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농가가 줄고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정밀농업 니즈(Needs)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최대 농기계 업체 ‘존 디어’는 1990년대 초반부터 농업용 트랙터에 인공위성 GPS 위치 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면서 일찍부터 정밀농업에 뛰어들었다. 

대동은 자율작업 농기계 풀라인업 구축을 발판 삼아 우선은 논농사 대상의 정밀농업 시범 서비스에 나설 방침이다. 논농사 정밀농업 서비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운(흙갈이)-정지(땅고르기)-이앙(모심기)-시비(비료살포)-방제(농약살포)-수확까지의 벼 생육 전주기에 걸쳐 최소 자원으로 최대 수확을 거두는 솔루션이다. 

대동을 이를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최근까지 3년여간 총 23만평에 달하는 전국 53개 벼 재배 농경지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어 각각의 토질 성분과 생육 상황에 맞는 최적의 비료 살포 처방을 제공했다. 그 결과 농민 경험에 근거한 비료 살포와 비교해 비료량은 6% 절감된 반면에 벼 수확량은 18% 증대했다.

나영중 대동 AI플랫폼추진단장(상무)이 자율작업 농기계와 정밀농업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동]
나영중 대동 AI플랫폼추진단장(상무)이 자율작업 농기계와 정밀농업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동]

또한 자율작업 콤바인과 농업 솔루션 플랫폼 ‘대동 커넥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함께 활용하면 수확량 모니터링이 실시간 가능하다. 대동 커넥트 앱의 수확량 모니터링 기능으로 가로&세로 4미터(m), 8m, 10m 단위에 따라 각 구획마다 곡물 수확량을 확인할 수 있다. 대동 관계자는 “곡물 생육상태에 맞춰 최적의 시비와 방제를 위한 데이터로 활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동은 대규모 벼 농경지를 소유·경작하거나 농작업 대행을 하는 대농, 영농법인, 민간 농작업 대행사를 대상으로 자율작업 농기계와 정밀농업 서비스 모델을 보급할 계획이다. 농작업 대행이 필요한 농가와 연결해주는 ‘농작업 중계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방자치단체, 지역농협과 연계해 자율작업 농기계-정밀농업 서비스를 함께 묶는 패키지 사업도 검토 중이다.

나영중 상무는 “내년부터 대농, 영농법인농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정밀농업 검증 작업을 할 방침”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농기계 스마트화로 얻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밭, 과수 농업에 필요한 농용로봇 개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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