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새판짜기⑲] 대동 김준식, 100년 미래농업 '피보팅' 혁신
[유통 새판짜기⑲] 대동 김준식, 100년 미래농업 '피보팅' 혁신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3.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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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최대 실적 갈아치우며 국내 농기계 최초 '1조 클럽'
스마트 농기계·파밍·모빌리티·로봇 신사업 다각화 '드라이브
김준식 대동그룹 회장 [사진=대동]
김준식 대동그룹 회장 [사진=대동]

국내 최대 농기계 메이커 대동은 2년 연속 1조원대 매출과 수익성 증대로 ‘똑똑한’ 성장을 해왔다. 또한 김준식 회장이 공언한 ‘미래농업 리딩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스마트 농기계·파밍 등 첨단농업 기반을 닦고 모빌리티 중심의 사업다각화를 꾀했다. 올해는 대동의 ‘피보팅(Pivoting, 외부 환경에 따른 사업 아이템·방향 전환)’ 성과가 가시화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원유현 사장과 '콤비 경영', 새 성장동력 발굴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동은 2년 연속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농기계 시장 최강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2022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4637억원, 영업이익은 849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24.1%, 122.2% 증가했다. 2021년 연매출 ‘1조 클럽’ 첫 입성에 이어 지난해 글로벌 인플레이션·경기침체 위기에도 성장을 거듭했다. 

이는 오너 3세 김준식 회장이 주력인 농기계를 넘어 미래농업, 모빌리티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주저하지 않고, 원유현 사장이 호흡 맞춰 김 회장의 의지를 빠르게 구체화하면서 얻은 결실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평가다.   

대동은 지난해 정밀농업 솔루션을 비롯한 미래농업 플랫폼을 지향하는 ‘대동애그테크’를 설립했다. 또 라스트마일에 특화된 ‘배터리 교환형(BSS)’ 전기이륜차 시장 진출 선언과 함께 연간 14만5000대의 스마트 모빌리티를 생산할 수 있는 ‘S-팩토리’를 완공하며 외연 확장을 위한 인프라를 갖췄다. 농기계 수출 또한 이미 3분기(7720억원) 때 전년(7047억원) 수준을 훌쩍 뛰어 넘었다. 김 회장-원 사장의 ‘콤비 경영’이 주력과 신사업 모두 고른 성장을 이끈 셈이다. 원 사장은 이 같은 성과로 오는 20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될 전망이다. 

원유현 대동 대표이사 사장. [사진=대동]
원유현 대동 대표이사 사장. [사진=대동]

대동은 창업주 고(故) 김삼만 회장, 2대 故김상수 회장 때에는 농기계 중심의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2017년 차남 김준식 회장 체제로 구축되면서 내수 1위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농기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한편, 2020년 KT 출신의 원유현 총괄사장을 선임하면서 미래농업 선점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스마트 농기계·모빌리티·팜 3대 사업을 핵심 축으로 전통 제조업에서 미래농업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김 회장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70여년 넘게 유지한 회사 간판 ‘대동공업’을 ‘대동’으로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3년, 하이테크 기업 변모"

대동은 올해 신사업을 중심으로 질적·양적 성장을 꾀한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난 3년(2020~2022)은 미래농업 리딩기업이 되기 위해 스마트 농기계·모빌리티·팜 3대 신사업의 ‘틀’을 만들며 매출 1조를 돌파하는 양적 성장을 이뤘다”며 “앞으로 3년은 틀 안에 ‘하이테크 기업’으로서 대동만의 성공 콘텐츠를 채워 넣자”고 강조했다. 

농기계의 경우 생산성 극대화로 변화하는 글로벌 농기계 트렌드에 맞춰 ‘자율주행’ 역량을 강화한다. 대동은 2018년부터 자율주행 농기계 개발에 돌입해 이듬해 국내 최초의 직진자율주행 이앙기를 상용화했다. 2021년엔 직진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이고 농기계 원격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대동 커넥트’를 출시했다. 올해엔 작업자 없이도 농기계가 알아서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주행 3단계 트랙터·콤바인 출시가 목표다. 이와 동시에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실증용 자율주행 4단계 트랙터의 필드 테스트를 추진한다. 

정밀농업 솔루션 서비스 모델 론칭도 서두른다. 정밀농업은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비료·물·노동력 등 투입 자원은 최소화하면서도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미래농업 기술이다. 국내 농기계 업계에서 정밀농업 플랫폼 사업에 나서는 곳은 대동이 최초다. 글로벌 최대 농기계 기업 ‘존 디어(John Deere)’가 정밀농업 솔루션으로 수익을 다각화하는 것을 벤치마킹했다. 

대동 커넥트 서비스 화면 예시. [제공=대동]
대동 커넥트 서비스 화면 예시. [제공=대동]

대동은 이르면 올 상반기 대동 커넥트 앱으로 작물 생육관리 등 영농 컨설팅 서비스를 개시한다. 영농 컨설팅은 작물의 병충해 진단·처방이 가능한 수준이 목표다. 우선 텔레매틱스 단말기가 장착된 대동 트랙터를 대상으로 한다. 자체적으로 대동 커넥트 앱 설치 농기계 목표 대수를 2025년 3만대, 2027년까지 10만대로 잡았다. 중장기적으로 대동 커넥트 앱을 디지털 파밍용 통합 앱, 이른바 수퍼 앱으로 확장시켜 다양한 수익 포트폴리오를 만들 계획이다. 

올해 신설 조직인 AI플랫폼사업부문, 미래기술실을 주축으로 기능성 품종의 생육 레시피도 확보해 생육 솔루션 사업모델을 수립한다. 농기계 주문부터 결제까지 온라인에서 가능한 ‘대동 스마트 스토어’도 구축한다. 

◇900억 투자 S-팩토리, 퀀텀점프 도약대

모빌리티 사업은 대구 S-팩토리를 앞세워 골프카트, 서브 컴팩트 트랙터에 이어 올해 주력인 전기스쿠터(E-스쿠터) 양산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1년여의 공사 끝에 지난해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S-팩토리에는 900억원이 투자됐다. 김 회장은 100년 기업의 대동이 되기 위해선 비농업 분야로의 확장이 필수라 여겼고 모빌리티 사업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 김 회장은 준공식 당시 “S-팩토리는 대동이 퀀텀점프하는 도약대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곳은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생산라인이 고정된 컨베이어 벨트 방식이 아닌 ‘전동 무인운반로봇(AGV, Automated Guided Vehicles)’을 채택했다. 연(年) 3만5000여대의 E-스쿠터를 비롯해 골프카트, 서브 컴팩터 트랙터, 승용잔디깎이, 전기트럭, 스마트 로봇체어 등이 순차적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김 회장은 2030년까지 매출 1조1000억원 이상을 모빌리티 사업에서 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대동의 피보팅 성공 여부는 모빌리티에 달린 셈이다. 

대동의 S-팩토리 공장 내부. [사진=박성은 기자]
대동의 S-팩토리 공장 내부. [사진=박성은 기자]

대동은 이 외에 기존의 소형건설장비 사업과 로봇‘ 신사업 경쟁력 제고에 힘쓴다. 대동은 지난해 말 현대건설기계와 2029년까지 소형건설장비 SSL(스키드 로더)·CTL(컴팩트 트랙 로더) 3000대 이상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현대제뉴인과도 SSL 2개 모델 1900대 이상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두 기업을 통해 총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또 올 초에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과 농업·비농업 로봇기술 연구와 상품화를 위해 ‘대동-KIRO 로보틱스센터’ 운영이 시작됐다. 2025년까지 농작물 자율운반을 위한 ‘추종 로봇’, 농작물 생산부터 수확까지 전주기에 활용 가능한 ‘전동형 로봇 관리기’, 실내용 ‘배송 로봇’ 개발이 목표다.  

이번 기획 시리즈 마지막 기업으로 LF(엘에프)를 살펴볼 예정이다.

[신아일보] 박성은 기자

parks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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