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그룹, 대학생과 신사업…정지선의 '오픈 이노베이션' 강화
현대百그룹, 대학생과 신사업…정지선의 '오픈 이노베이션' 강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3.09.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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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와 산학협력, O2O 의류 수선 플랫폼 '얼핏' 개발
보완 거쳐 사업화 검토…정 회장 "외부 협력해야 성장"
현대백화점그룹 사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사옥.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양대학교와 손잡고 고객과 수선집을 연결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의류 수선 플랫폼 ‘얼핏(All FIT)’ 개발을 마치고 사업화 추진을 검토한다고 24일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스타트업과 ‘디즈니’ 같은 글로벌 기업에 이어 대학과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면서 회사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이는 정지선 그룹 회장이 평소 강조한 내외부 협력을 통한 ‘가치의 합’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양대 창업지원단과 산학협력을 통해 얼핏 애플리케이션(앱)의 MVP(Minimum Viable Product‧핵심 기능만 구현한 최소 기능 제품) 모델 개발을 완료했다. 한양대와 협력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해 말 유망사업 발굴 중 온라인 의류쇼핑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에 주목하면서 비롯됐다.

온라인에서 의류를 사면 착장이 불가능하고 브랜드별 사이즈가 달라 구매 후 수선이 필요한 경우들이 많다. 고객이 직접 수선집을 찾아 주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클 수밖에 없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고객과 수선집을 연결하는 O2O 의류 수선 플랫폼으로 이 같은 불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에 한양대 창업지원단과 손을 잡고 앱 디자인 전문인 한양대생(이동엽), 국민대생(김호준·박정민)을 모아 팀을 꾸렸다. 이들은 약 10개월 만에 얼핏 MVP 모델 개발을 마무리했다. O2O 소프트웨어 개발·기획 등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면서 MZ세대 관점과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대학생들과 협력한 것이다.

현재 얼핏 앱은 고객의 의류 사진을 찍고 수선 요청 내용을 남기면 수선사의 예상 견적서 발송에 이어 고객 수락, 수선 완료 후 최종 견적서 발송, 고객 승인 및 결제 순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의류 수거·배송은 비대면 세탁 서비스 앱과 연계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얼핏 개발이 온라인 쇼핑 신사업을 고민하던 회사와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나 테스트용 서비스 개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 관계자는 “내부 테스트 결과를 반영해 상세기능 추가 등을 최종 완료한 뒤 사내독립기업(CIC), 스핀오프(spin-off·분사) 등을 포함해 사업화 추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사업화 추진이 결정되면 앱 개발 학생들에게도 얼핏 담당자로 사업조직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 같은 능동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이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통한 혁신을 꾸준히 강조한 정지선 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평소 “개방적 관점을 바탕으로 내외부 협력과 연결을 통해 가치의 합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얘기해 왔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0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협의체 도입 이래 ‘나이스웨더(편의점 콘셉트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스미스앤레더(천연 소가죽 활용 액세서리 맞춤제작)’ 등 스타트업 12곳에 약 34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집행했다. 그룹의 기존 사업과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사업모델 발굴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킥더허들’ 투자를 통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매장 ‘핏타민’을 지난달 17일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 오픈했다.

글로벌 톱 기업들과 손잡는 것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이다. 앞서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컴퍼니’와 국내 첫 공식 디즈니 스토어를 론칭했다. 세계 1위 식품기업 네슬레그룹이 운영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와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해 차세대 건기식 개발 등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기술 등을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기업부터 유연한 사고와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대학생까지 앞으로도 전통적인 유통부문 외 영역까지 아우르는 ‘경계 없는 협업’을 추진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