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처음으로 서울에 올라와 윤석열 정부의 외교와 안보 정책을 직격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진보 정부서 안보·경제 모두 좋았다"며 "남북관계의 위기가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는 길은 대화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언제 그런 날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파탄 난 지금의 남북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고 착잡하기 짝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가장 먼저 보수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에서 남북 화해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는데 윤석열 정부가 '이어달리기'를 멈춰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정희 정부의 7.4 공동성명에서 시작해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6.15 공동선언, 노무현 정부의 10.4 공동선언, 문재인 정부의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까지 역대 정부는 긴 공백기간을 뛰어넘으며 이어달리기를 해왔다"며 "구시대적이고 대결적인 냉전 이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할 때 이어달리기는 장시간 중단되곤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어도 이념과 상관없이 동방정책과 동독포용정책이 중단 없이 이어졌던 구 서독 사례를 언급하며 "동구권의 붕괴가 시작되었을 때, 동독 국민들은 너무나 당연한 듯이 서독의 우월한 체제를 선택했고, 자발적인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5주년을 맞는 9.19 평양공동선언에 대해서도 "냉전적 이념보다 평화를 중시하는 정부가 이어달리기를 할 때 더 진전된 남북합의로 꽃피우게 될 것"이라며 "이어달리기의 공백기간이 짧을수록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는 낮아질 것이고, 남북은 그만큼 더 평화에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한·미·일 3국 군사·안보 협력 강화를 우려함과 동시에 남북·북미 대화를 복원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 등으로 인해 한반도가 전쟁의 위기까지 치달았다고 언급하며 "지난 2017년 6월에 열린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한단 원칙과 함께 북한에 대한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며 미국이 한국 정부의 대화 노력과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결국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위기를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정부·여당에서 지속적으로 폐기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9.19 공동선언 부속 군사합의서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군사합의는 지금까지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문재인 정부 동안 남북 간에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대 정부 중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뿐"이라고 언급하자 행사장 내 참석자들은 일제히 큰 박수를 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 좋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안보는 보수정부가 잘한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이젠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며 연설을 끝맺었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역대 정부 원로들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화해를 위한 정책을 평가하면서 현 정부의 극단적 이념 대결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시 남북이 대화에 나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완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