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나선 유통업계…"주주가치 제고 최우선"
자사주 매입 나선 유통업계…"주주가치 제고 최우선"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09.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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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 자사주 649만주 소각…'그룹가치제고위원회' 신설
셀트리온, 합병 결정 후 11월까지 1000억 규모 자사주 취득
동원, 경영진 자사주 보유량 확대…애경·대웅·한국콜마 가세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지에프홀딩스, 동원그룹, 콜마비엔에이치, 대웅, 셀트리온 애경 CI.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지에프홀딩스, 동원그룹, 콜마비엔에이치, 대웅, 셀트리온 애경 CI.

유통업계가 자사주를 매입(취득) 또는 소각하는 추세다. 주가하락을 방어하거나 저평가된 주가를 부양하는 등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책임경영 강화 일환으로 분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기업들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주주이익을 늘리는 데 분주하다. 특히 미래 성장을 이끌 사업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자사주 관리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방식에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기존에 발행했던 자기회사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으로 단행 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주당순이익(EPS)을 높여 결과적으로 주주들의 이익이 오르는 효과를 나타낸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자기회사 주식을 매입한 후 일정 기간 이내에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향후 시장에 주식이 다시 유통될 확률을 0%로 만들기 때문에 주주이익 상승효과가 극대화된다.

올 들어 이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현대백화점 △셀트리온 △동원 △애경 △대웅 △한국콜마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분할 전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개최된 이사회에서 자사주 649만5431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1월8일에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의결되면 12월12일 해당 주식은 사라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앞서 올해 초 기업·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13개 상장사 재무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그룹가치제고위원회’를 신설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단일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맞춰 시장의 관심을 높이고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11월28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각각 69만6865주, 69만주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금액으로 환산(8월25일 종가 기준) 시 셀트리온은 약 10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약 450억원 규모다. 셀트리온그룹은 최근 양사 합병 결정과 구체적인 비전 제시에도 회사의 시장가치 저평가가 이어지자 자사주 취득을 선택했다. 양사는 올해에만 이미 합계 약 27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동원그룹의 상장 3사인 동원산업·동원F&B·동원시스템즈의 최고 경영진이 잇달아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7월에만 총 1만14000주를 사들였다. 금액으로는 4억1000만원 수준이다. 동원산업의 경우 올해 4월 역대 최대인 397억원 배당을 집행한 데 이어 올해 8월부터 자사주를 소각했다. 동원그룹은 회사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기반으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애경산업은 임재영 대표 등을 비롯한 임원진의 자사주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애경산업은 주가 안정화 및 주주 이익 극대화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웅그룹 지주회사인 대웅도 총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자회사인 대웅제약 주식 매입으로 책임경영 실현과 주주가치 제고에 힘썼다. 한국콜마의 건강기능식품 ODM기업 콜마비앤에이치(BNH)는 1월 말부터 6개월간 총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획득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배당 대비 효과적인 주당 가치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실제 애플 등의 외국기업도 이런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약 17%의 세금을 떼는 배당보다 부담 없이 주당순이익을 올려 주가를 상승시키는 방법이 자사주 매입 또는 소각”이라며 “이에 기업들은 주가 부양과 기업 평가 제고를 위해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이는 자사주 관리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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