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정만기 "최저임금 근로자위원 '대표성 부족'"
무협 정만기 "최저임금 근로자위원 '대표성 부족'"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07.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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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F '최저임금 결정체계 문제점, 개선 방향' 주제 포럼 개최
"지자체 결정, 지역별 차등임금도입, 제도 근본적 검토 필요"
한국산업연합포럼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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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 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21일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위원의 대표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날 온라인에서 개최된 ‘제40회 산업발전포럼’에서 인사말을 통해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위원은 전국 단위 노동조합에서 추천한 사람 중 위촉되며 실제로는 대부분 한노총이나 민노총 조직원으로 구성된다”며 “노동조합 조직률이 2021년 14.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노동조합 미조직 85%의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 이익 대변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주로 대기업 정규직 노조 소속이기 때문에 높은 인상률이 최대 관심사일 것이나 다른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우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은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을 주제로 개최됐다. KIAF는 기계,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배터리, 백화점, 석유, 석유화학, 섬유, 시멘트, 엔지니어링, 자동차모빌리티, 전자정보통신, 조선해양플랜트, 철강, 체인스토어 등 16개 단체로 구성됐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와 최저임금 미만율 증가를 야기하는 등 타당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1년 최저임금이 1865원에서 2022년 9160원으로 약 390% 인상되면서 2001년 약 58만명이던 최저 임금액 미만 근로자 수는 2022년 약 276만명으로 378% 증가하고 같은 기간 최저임금 미만율은 4.3%에서 12.7%로 증가했다”며 “OECD 회원국 평균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 비율은 7.4%, 미국은 1.4%, 일본은 2.0%인 점과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22년의 경우 최저임금 미만율은 농림어업 36.6%, 숙박음식업 31.2% 에선 매우 높은 반면, 정보통신업 3.1%, 제조업 4.6% 등에선 낮았고 30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미만율은 18.8%인 반면, 30인 이상은 4.6%였다”며 “우리나라는 소규모 사업장, 농림어업, 숙박 음식업 등의 근로자 의견은 잘 반영하지 못하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처럼 의회나 지방 단체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지역별 차등 임금을 도입하는 등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 발표에서 “최저임금 결정 시 근로자 위원은 생계비, 사용자 위원은 노동생산성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제시한다”며 “이에 대립이 고착화되고 결국 중위투표자에 가까운 공익위원의 최저임금 수준으로 결정되며 합의에 비효율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 가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며 “공익위원 대신 정부 관계자가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고 표준이 되는 최저임금 수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구체적으로는 근로자와 사용자 대표들의 의견 수렴 후 정부가 최저임금 수준 결정(1안)하거나 근로자와 사용자 대표들 간 합의로 결정하지만 합의 시한 초과 시 정부가 제시한 표준안으로 최저임금 결정(2안)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두 번째로 “최저임금결정 산식을 고도화해야 한다”며 “지난 2년간 공익위원 최저임금인상률 산식은 ‘경제 성장률 + 소비자 물가 상승률 – 취업자 증가율’이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최저 임금 인상이 고용, 투자 등 주요 거시 경제 변수들에 미치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생략한 것이기 때문에 최신 경제학 모형을 활용해 표준 최저임금 결정 산식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최저 임금 적용 근로자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현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8인 중 7인은 양대 노총 관계자 위주로 구성됐고 비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은 4% 이하에 불과한 만큼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 감소가 큰 근로자들을 대표할 근로자 위원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외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거나 폐지하고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감소 효과가 사업별로 상이하므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지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정토론을 주재하며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의 역할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최저임금의 결정이 노사 대결의 결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은 소모적이며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근로 장려 지원금 등 국가의 역할 비중을 높임으로써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근로자에게는 근로 의욕을 북돋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여한 최세경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정책컨설팅센터장은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런 기준의 부재가 여태껏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고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의 정당성을 잠식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결정 절차에서 최저임금 수준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법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최저임금위원회가 일시적 또는 예외적으로 영세 업종, 소기업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용석 한국무역협회 현장정책실장은 “현행 최저임금법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수준, 노동 생산성, 소득 분배율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고 규정해 정작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지불능력 및 업황, 경제상황 등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저임금과 기업 현실 간 괴리 발생의 근본적 원인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대표성 문제에 있다”며 “노동조합이 없는 농립어업, 숙박 음식업 등에 속한 근로자들의 의견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의 입장을 주로 반영한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와 고용 감소를 야기한다”고 언급했다.

조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이 유효한 방안이 될 수 있다”며 “특히 구간설정위원회의 경우 경제부처 추천을 받아 노사가 순차 배제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중립성 또한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관련해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우리나라는 1988년 한 해 최저임금을 업종별 구분 적용했으나 차별 및 낙인효과 논란으로 중단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원혁 보원산업 대표는 “기업 운영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고 전력비, 시설 유지 보수비, 원재료비 등은 줄이기가 어렵기에 고용 감소를 비용 절감의 첫 번째 방안으로 고려하게 된다”며 “노측이 요구하는 최저임금액(1만 원 이상)에는 동의하지만 기업의 최저 임금 지불 능력 한계는 결국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근본적으로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높이거나 낮추려는 노력보다 기업의 지불 능력을 키우는 데 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근원 한국경영자총협회 임금HR정책팀장은 “최저임금제도 합리화를 위해 기업의 지불 능력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법제화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며 “업종·지역별로 기업의 지불 능력, 근로조건, 생산성 등 차이가 큰 점과 OECD 19개국에서 연령, 업종, 숙련 등 다양한 구분 적용기준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구분 적용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결정 체계에 대해선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현행 방식은 노사 간 극심한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라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적용해 정부가 최저임금을 책임지고 결정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의 대표성과 관련해선 “사용자위원 2/3(6명)가 현재 사업체 운영 중인 소상공인, 중소기업인으로 구성돼 있어 대표성은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사료된다”고 언급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