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야당 단독으로 이태원참사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
국회, 야당 단독으로 이태원참사 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
  • 진현우 기자
  • 승인 2023.06.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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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184명, 반대 1명...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 충족
여 "참사 정쟁화 우려"... 야 "유가족, 진상 규명 원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특별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 찬반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특별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 찬반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여당 의원들의 집단 불참 속에 야당 단독으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만 무기명 투표에 참여해 재적 의원 185명 중 찬성 184명, 반대 1명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충족돼 이태원참사 특별법의 패스트트랙 지정동의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특별법은 최대 180일 동안의 법제사법위 심사와 60일 동안의 숙려기간을 거치게 된다. 통상 90일 동안의 법사위 계류 기간이 생략되면서 이번 국회 임기 말인 내년 5월까지 처리가 가능해진 셈이다.

정식 명칭이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인 해당 법안은 지난 4월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과 무소속 의원 총 183명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독립적 권한을 가진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치와 희생자 추모 및 피해자 지원 사업 등의 근거를 규정하는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해당 특조위는 필요할 경우 참사 조사를 위한 특별검사 요청 권한과 국정조사 요청 권한까지 포함하고 있다.

여야는 표결 전 진행된 찬반토론에서 특별법을 두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여당은 거대 야당이 특별법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특검 요구권, 감사원 감사 요구권 등 수많은 초헌법적 권한을 특조위에 부여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국회는 55일간에 걸친 성역 없는 국정조사를 실시했다"며 "유가족의 아픔을 악용해서 참사를 정치화하는 것은 결코 국민들도 원치 않는다. 이런 정치권의 행태가 추모를 무관심으로 애도를 혐오로 변질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당 조은희 의원도 "이 법안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면 대다수 국민들은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이자 참사의 정쟁화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특별법안이 정쟁에만 이용될 뿐,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좌절과 고통을 안겨주는 나쁜 법이자 상징 입법이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우려헀다.

전봉민 의원 역시 "우리 사법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등 논란의 소지가 많은 조항들로 인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민주당이 법안소위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통과 시기를 못 박겠다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스스로 무력화하고 국민에 대한 의무마저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진상 규명이라며 패스트트랙 처리 이후에도 여당과 합의해 특별법을 수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유가족들이 원하는 내용에서 한 글자도 우리가 바꾼 게 없이 그대로 지금 발의하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이 정쟁을 원하지도 않고 특정한 정당의 이익을 원하지도 않는다. 정쟁을 일으키는 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책임을 져야 할 공직자들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그저 시간만 흘려보내며 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이 일이 잊혀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바로 이런 상황이 가족들을 떠나보낸 슬픔만으로도 몸을 가누기 어려운 유가족들로 하여금 곡기를 끊어가며 국회 앞에서 농성하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제정과 신속 처리 안건 지정을 요구하게 만든 주된 원인"이라고 정부·여당 관계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도 "왜 죽었고 어떻게 죽었는지,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를 묻는 것이 정쟁이 될 수 있나"라며 "21대 국회가 다른 건 다 싸웠어도 159명이 희생된 참사 앞에서는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 앞에서는 뜻을 모았고 조금은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함께 노력했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패스트트랙 지정을 촉구했다.
 

hwj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