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63빌딩 눕힌 LNG 선박 승선해보니…K-조선 '자신감' 물씬
[르포] 63빌딩 눕힌 LNG 선박 승선해보니…K-조선 '자신감' 물씬
  • 최지원 기자
  • 승인 2023.04.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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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가다…초대형 LNG 선박 '압도'
'자율운항 운행·화물창' 기술 탑재…"중국과 차별화 대목"
최우선 가치 '안전'…전문통합안전교육센터 운영, 인력난 '여전'
17만4000㎥급 LNG운반선. [사진=HD현대중공업]
17만4000㎥급 LNG운반선. [사진=HD현대중공업]

“바다에 떠다니는 배 4척 중 1척은 HD현대중공업이 만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 4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찾았다.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따뜻한 봄을 맞은 현장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여의도 면적 3배에 달하는 조선소 곳곳에서 ‘삐익삐익’ 경쾌한 기계음이 울렸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야드(Yard)에 설치된 거대한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이다. 아파트 36층 높이로 한 번에 들 수 있는 최대 중량은 1290톤(t)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은 골리앗 크레인 총 11기를 운용 중이다.

승선을 위해 한창 건조 중인 17만4000㎥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으로 향했다. 길이 300m, 너비 46.4m, 높이 35.5m. 배 높이만 아파트 14층과 맞먹는다. 배를 수직으로 세우면 63빌딩(249.6m)보다 50m나 더 길다. 지난 2020년 하반기 수주된 이 선박은 전체공정의 87% 이상을 마쳤다. 올해 하반기 내 선주에 인도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3도크에서 건조중인 LNG운반선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3도크에서 건조중인 LNG운반선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인솔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승선을 준비한다. 이날 울산 낮 최고 기온은 19도. 승선을 위해 수백 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했다. 조선소에 왔는데 마치 등산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덧 조타실이다. 선박의 두뇌이자 HD현대중공업의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공간이다. 스크린 모니터에는 알 수 없는 데이터베이스 정보들로 빼곡하다.

HD현대중공업은 해당 선박에 스마트십 자율운항 시스템을 탑재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의 집약체다. 안내를 맡은 이만수 HD현대중공업 프로젝트 매니저는 “선박에 자동화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스스로 최적 항로를 찾아서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이 커다란 배에 필요한 승선 선원은 선장, 항해사, 일반 선원을 포함해 30명이면 충분하다.

17만4000㎥급 LNG운반선 조타실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17만4000㎥급 LNG운반선 조타실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조타실을 나서니 4개의 화물창도 보인다. 화물창은 액화된 천연가스를 담는 탱크다. ‘LNG선의 꽃’으로도 불린다. 영하 163도 극저온과 고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친환경 선박 건조에서 가장 어려운 공정으로도 꼽힌다. 최대 경쟁국가인 중국과 차별화된 대목이다. 이 매니저는 “국내 LNG운반선 기술력은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풀가동 중이다. 9개 도크(Dock)는 이미 꽉 찼다. 앞으로 3년치 일감을 모두 확보한 상태다. 그만큼 현장 안전을 1순위로 강조하는 모습이다. 조선소 곳곳에는 ‘당신이 다치면서까지 해야할 중요한 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라는 큼직한 배너가 보였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국내 최대규모 전문통합안전교육센터를 운영 중이다. 생산현장과 동일한 형태의 장비와 구조물을 축소 구현한 교육 체험장을 통해 재해없는 작업장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날 기자도 승선을 위해 40∼50여분에 걸친 안전 교육을 미리 실습했다.

17만4000㎥급 LNG운반선 엔진룸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17만4000㎥급 LNG운반선 엔진룸의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순풍에 돛단 듯’ 순항하는 HD현대중공업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인력이다. 국내 인력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 외국인 인력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 조선소에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근로자 3000여명이 근무 중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이들의 현장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며 “올해 기술교육원 연수생 모집 목표를 1000명으로 잡고 국내·외국인 인력 수급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fro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