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파면', 여야 갈등 기폭제… 탄핵소추·해임건의 시사
'이상민 파면', 여야 갈등 기폭제… 탄핵소추·해임건의 시사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2.11.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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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 무한책임 자세 필요… 정치적·도의적 책임 져야"
"국정조사 전 李 파면, 언어도단" "野 국조 검은 속내 드러내"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난 2일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난 2일 서울광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여부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사실상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탄용'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며 "국민 대다수의 요구나 사안의 중대성은 살피지 않은 채 '무조건 윤석열 정부를 방어하고 보자'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민의의 전당은커녕 행정부 견제라는 국회의 기본책무마저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윤석열 정부가 책임질 일이 아직 공식적으로는 규명되지 않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왜 국민과 유족한테 긴가민가 대충의 사과라도 했던 거냐"면서 "이 장관에 대한 조사나 수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왜 그는 '사실상 백지 사표를 낸 상황'이라며 자기 방어막을 치고 자신의 연이은 잘못에 허리 굽혀 사과는 했던 거냐"고 날 세웠다.

그는 "이 대형참사를 놓고 형사적 법률 위반이 안 된 상태에서는 대통령도 장관도 전혀 책임질 일이 아니고 따라서 두 사람의 진정성 없던 사과도 결국은 진상 규명이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했던 거냐"며 "대통령이나 장관, 시도지사 등 행정을 총괄하는 고위 공직자에게 필요한 건 무한책임의 자세이며, 국가적으로 중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유가족의 피맺힌 절규와 국민의 성난 여론을 더 이상 궁색하게 피하려 하지 말라"며 "이 장관을 계속 감싸고 지키려는 건 너무 무책임하고 구차해 보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서용주 상근부대변인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입장과 유가족들의 이 장관 파면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의 아픔을 공감한다면, 이 장관만 감쌀 게 아니라 유가족들의 절규를 새겨야 한다. 유가족은 이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단 입장이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야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에 합의했다"면서 "국정조사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이 장관부터 나가라고 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정조사 시작부터 이 장관의 탄핵소추까지 들먹이며 겁박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저 경찰국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고 공격에 가세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일단 이 장관의 탄핵으로 국정조사를 시작하고 국정조사가 끝나자마자 길거리로 뛰쳐나가 정권퇴진을 외치겠단 신호탄인 것"이라며 이같이 꼬집었다. 국정조사가 사실상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쟁에 치우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장 원내대변인은 "탄핵소추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해임건의안이야 민주당에게는 철마다 돌아오는 행사이니 그렇다 치고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해보기도 전에 탄핵소추부터 들먹이는 저의가 도대체 뭐냐"고 쏘아붙였다.

또 "사상 초유의 사법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는 당대표에 대해서는 당 전체가 똘똘 뭉쳐 방탄을 하면서 법적 책임도 가려지지 않은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서는 백 보 앞서 탄핵으로 겁박하는 민주당은 이미 이성도 염치도 다 잃었다"며 "하루도 참지 못하고 국정조사의 검은 속내를 드러내고 마는 민주당의 모습에서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말만 철저한 규명을 외칠 게 아니라 이 장관부터 파면하는 게 순서"라며 28일까지 이 장관 파면에 관한 분명한 조치를 내놓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국회가 직접 나서서 참사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며 탄핵소추안, 해임건의안 발의 등을 시사하기도 했다.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