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M&A '끝없는 이륙 대기'…심사, 연이어 '연착'
대한항공-아시아나 M&A '끝없는 이륙 대기'…심사, 연이어 '연착'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2.11.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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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미국 모두 기업결합 추가 검토 돌입
타 경쟁당국 긍정영향 기대 무너져 '불안'
대한항공 항공기(위)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아래). [사진=각사]
대한항공 항공기(위)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아래). [사진=각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M&A)이 안개 속에 빠졌다. 미국·영국 경쟁당국이 잇따라 심사 유예 결정을 내려 제동이 걸렸다.

17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미국·영국 경쟁당국은 잇따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추가 검토에 들어간다. 양국 모두 독과점 여부를 가리기 위한 추가 자료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다.

미국 법무부는 양사 기업결합 심사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주 노선이 많아 독과점 여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과 기업결합 심사 관련 인터뷰를 지난주에 마쳤다. 미주 노선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2019년 기준 대한항공 매출 비중 29%를 차지한 주요 노선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이달 중순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9월 미국 정부가 요구한 2차 자료 제출을 마쳤다. 심사 기간이 75일인 점을 고려할 때 이달 중순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결정 유예로 기한을 넘겼다.

관련업계는 미국 경쟁당국이 이번 유예 결정 이후 추가 검토를 급하게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국가의 기업결합 심사 역시 진행 중인 만큼 미국 경쟁당국이 급히 결정 내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와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이 미주 노선 운항 확대로 시장 경쟁성에 제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 경쟁당국에서 요구하는 자료·조사에 성실히 임해 왔다”며 “앞으로 심사 과정에도 적극 협조해 잘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해외 기업결합 심사 표. [이미지=고아라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해외 기업결합 심사 표. [이미지=고아라 기자]

앞서 영국 경쟁시장청(CMA) 역시 지난 15일 1차 조사를 마치고 심사 유예 결정을 내렸다. 특히 영국은 시장 경쟁성 제한 우려를을 분명히 드러냈다. CMA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런던과 서울을 오가는 승객들에게 더 높은 가격과 더 낮은 서비스 품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CMA는 1차 조사에서 양사 합병으로 런던-서울 항공편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 것으로 판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지난 2019년 런던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승객은 14만3676명이었다. 올해에는 4만4021명이 런던에서 한국에 입국했다. 앞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슷한 승객 수가 회복될 전망이다.

CMA는 항공 화물에서도 공급 독과점을 우려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영국과 한국 간 직항화물 서비스 주요 공급자다. CMA는 합병 이후 충분한 시장 경쟁성이 확보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특히 CMA는 양사 간 합병 이후 한국으로 제품을 운송하거나 한국에서 제품을 운송하는 영국 기업들이 더 높은 운송비를 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경쟁당국의 이번 유예 결정으로 대한항공은 오는 21일까지 시장 경쟁성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 조치 제안서를 CMA에 제출해야 한다. CMA는 오는 28일까지 대한항공의 제안을 수용하거나 2단계 심층 조사에 착수할지 결정한다. CMA가 제안을 수용하면 합병이 승인된다. 문제가 지적되면 2차 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영국 경쟁당국과 세부적인 시정조치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 시정조치를 확정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해외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합병이 무산된다. 특히 이번 유예 결정이 다른 경쟁당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초 대한항공은 미국으로부터 승인을 얻으면 나머지 경쟁당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 중 한국, 터키, 대만, 베트남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임의신고국가 중에는 영국을 제외한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로부터 승인받았다. 태국으로부터는 기업결합 사전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통보받았다. 필리핀의 경우 신고 대상이 아닌 만큼 절차 종결 의견을 접수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심사를 조속히 종결할 수 있도록 앞으로 심사 과정에도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