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전 연준 의장 "14년 전 금융위기와 다르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14년 전 금융위기와 다르다"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2.10.1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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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선정 후 "세계 곳곳 금융 악화 주시해야"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연합뉴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사진=연합뉴스)

"현재 세계 금융 상황은 14년 전과 분명히 다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경제상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차이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부실대출이라는 금융 시스템 내부의 문제이지만 현재 경제 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외부 요인에서 출발했다는 게 골자다.

그는 2008년에는 대형 은행이 무너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을 언급한 후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선 "세계 금융 상황은 14년 전과 비교했을 때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금융 상황 악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사건들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개선된 상태"라며 "다만 유럽이나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 미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인 파급효과와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 강달러로 인해 국제자본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 등을 예로 들었다.

앞서 버냉키 전 의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연준 의장직을 맡았던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선 인물이다.

그는 1983년 논문을 통해 1930년대 대공황 당시 은행의 인출 행렬이 은행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파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 대해 "자기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과학자의 임무"라며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경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과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학 교수는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의 공포 확산을 막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교수는 정교하게 조직된 금융 시스템이라도 공포 자체에는 취약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준의 정책을 언급하면서 "버냉키 전 의장은 자신의 연구를 정책으로 체화했다"며 "다른 중앙은행들도 당시 상황에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버냉키 전 의장과 함께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필립 디비그 워싱턴대 교수 등 3명을 은행과 금융위기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노벨 위원회는 "올해 수상자들의 통찰력 있는 연구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금융위기에 대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