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실형' 김경수 발목 잡은 결정타 세 가지
'1심 실형' 김경수 발목 잡은 결정타 세 가지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9.01.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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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공범으로 인정하며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가 여의도 정국을 꽁꽁 얼릴 초유의 판단을 내놓은 데는 세 가지가 주요한 핵심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킹크랩 시연회' 인정…무너진 1차 방어선

우선 댓글 조작에 김 지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의 출발점이었던 '킹크랩 시연회'의 존재를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 중요했다.

당초 킹크랩 시연회는 김 지사의 1차 방어선이면서 가장 강력한 방어선으로 꼽혔다.

김 지사가 시연회를 보지 않았다면 킹크랩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 셈이 되고, 드루킹 일당이 프로그램을 동원해 댓글 조작을 벌이는 것을 몰랐다는 논리연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김 지사는 그간 2016년 11월 9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곳에서 킹크랩의 시연 장면을 본 적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면 특검과 드루킹 일당들은 당일 경공모의 파주 사무실에 찾아온 김 지사에게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시연 장면을 본 것이 맞다고 봤다. 이 같은 판단에는 킹크랩을 준비하고 구동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접속 내역과, 드루킹이 마련한 자료 등이 영향을 끼쳤다.

◇ '텔레그램' 스모킹건…'댓글작업' 보고받고 묵인

드루킹 김씨와 김 지사 사이에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용'도 중요한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드루킹이 메신저를 통해 보낸 '온라인 정보보고' 문서나 댓글 작업 목록 등을 살핀 뒤 김 지사의 반응을 문제 삼았다.

김 지사가 받은 온라인 정보보고에는 안철수·이재명 등 정치적 경쟁세력의 댓글 조작 의혹, 이에 대응하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댓글 작업 현황 등이 담겼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드루킹의 메신저를 확인한 뒤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고 판단했다.

재해당 문서가 김 지사에게 상당히 민감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설명을 요구하거나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또 댓글 기계 등이 자주 언급된 온라인 정보보고를 전송받았음에도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안 된다'는 등 의견을 표시하지 않은 점도 의심을 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 지사가 이미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활동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는 매일 목록을 확인했거나, 적어도 하루에 어느 정도 댓글작업이 이뤄지는지는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사 목록을 주기적으로 전송받고 확인함으로써 드루킹의 범행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댓글 알바 매뉴얼' 보도 후 대화방 삭제

이외에도 재판부는 2018년 2월 '댓글 알바 매뉴얼'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김 지사의 행동에도 주목했다.

당시 김 지사는 해당 보도 기사를 보좌관에게 주며 '드루킹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하고, 드루킹과의 면담을 연기한 뒤 그와 대화를 나누던 텔레그램 대화방을 삭제했다.

재판부는 킹크랩을 이용한 범행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댓글 알바 매뉴얼 기사만 보고 곧바로 드루킹에게 확인해보라고 하거나 대화방을 삭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다.

만약 킹크랩을 이용한 범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 드루킹에게 혹시라도 기계나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 작업을 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단순히 드루킹이 '선플 운동'을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사람이 취한 태도로는 납득이 어렵다"며 "드루킹의 범행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사정"이라고 판시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