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속거래, 결국 현대차 배만 불렸다
현대차 전속거래, 결국 현대차 배만 불렸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9.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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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속거래]
15년 새 현대차 매출 236% 늘었지만 3차 협력업체는 0.9% ‘찔끔’
효율성 이유로 직서열 생산시스템 도입…납품단가 인상 요구 못해
계열사 챙기기에 낙수효과 사라져…일부 협력사 ‘좀비기업’ 우려도
(사진=신아일보 DB)
(사진=신아일보 DB)

국내 자동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부품 업체부터 완성차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전속거래’ 구조를 가짐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속거래가 현대차 배를 불리는 사이 부품 업체들을 쥐어짜며 자동차 산업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아일보 취재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두고 완성차 업체의 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며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진짜 위기는 부품업체의 위기다”고 지적했다.

부품업체의 위기는 전속거래 구조로 인해 자동차 산업 과실이 공유되지 못하며 부품업체의 기반이 약화되는데 있다.

2016년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4년 사이 현대차 매출액은 18조2300억원에서 43조500억원 늘었다. 이 기간 현대차 매출이 1% 늘어나는 동안 1차 협력업체는 0.43%, 2차는 0.05%, 3차는 0.004% 늘어나는데 그쳤다. 현대차 매출이 236% 늘어나는 동안 3차 협력업체는 0.9% 증가한 수준이다.

매출 증가폭만큼이나 영업이익률에서도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수는 약 990개며 이중 전속협력업체 영업이익률은 2015년 기준 평균 3.06%다. 같은 해 현대차가 6.90%로 전속협력업체보다 두 배 높다. 부품업체를 놓고 보더라도 같은 해 현대모비스는 10.06%며 현대차 계열사는 4.96%로 전속협력업체보다 각각 7.00%p와 1.90%p가 높다.

국내 부품회사의 현대·기아차 OEM 납품액은 전체의 79.9%로 특히 전속거래는 현대차에 대한 의존도가 대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중소기업들에 비해 높다는 점에서 낙수효과가 발휘되기 싶다. 하지만 현재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이는 오히려 1차를 건너 2·3차 부품업체들을 쥐어짜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세를 보면 자동차 산업이 어려워졌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수시장이 감소하고 수출 비중을 늘리며 현대차가 전속협력업체보다 계열사를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9년의 경우 전속협력업체 영업이익률은 3.29%로 모비스를 제외한 현대차 계열사 1.36%의 두 배를 넘었다. 또 2010년도 각각 5.43%와 3.78%로 전속협력업체가 오히려 높다. 2010년 이후 전속협력업체 영업이익률은 2015년까지 줄곧 하락하며 5년 간 2.37%p 가량 줄어든 반면 현대차 계열사는 1.18%p가 늘었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은 “‘원가계산서’에 근거하고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납품단가인하가 이뤄지면서 전속협력업체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며 “전속협력업체 평균 매출액은 대형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영업이익률은 하락세며 영업이익률 3% 미만 기업 수 비중이 60%를 상회하는 등 일부 업체들은 ‘좀비기업’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전속협력업체들은 전속거래 하에서 합리적인 납품단가를 요구할 수 없다. 특히 현대차는 자신들만의 납품 방식인 직서열 생산시스템(JIS, Just In Sequence)를 도입해 효율성을 이유로 부품업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shkim@shinailbo.co.kr